Ⅰ 사이비 공동체
친한 척 한다.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수위를 짐작하고
가늠한다. '여기까지 일까, 조금만 더 수위를 높여볼까?…'
친절하고 때로는 우아하기까지한
과정을 지나, 밤이 오고 새벽이 왔다.
아직도 낯선 이름을 가지고
서로를 부르며 떠듬거리고 확인한다.
"물님이라고 했나요, 혹시 깃털인가요?"
불렀던 이름을 속으로 되뇌이고 새김질한다.

Ⅱ 혼란
이제부터,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정해진 수위는 표면 위로 떠 올라
살아있는 유기체가 된다.
평소부터 진행되어진
30년이 넘도록
풀지 못한, 건너보지 못했던 강처럼
시간이 또 지나간다.
때로는 침묵속에서, 때로는 삐침속에서
때로는 위무속으로
많은 과거의 시간들이 지나고
사람들은 또 변해있음을…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온다.
카오스의 공간이 익고 있다.

Ⅲ 진정한 공동체-'희망'
날마다 옷을 바꿔입고 치장을 다시 하는
푯대같은 리더는 오늘 희망의 옷을 입고 있다.
정신의 노동을 끝내고 행위로 연결짓는 다리가 되어
'날 건너 오세요'라고 한다.
그건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남은자들은 얼마 걸치지 않은 여름 옷자락을 여민다.
소통이 일치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섞이는 느낌도 없다.
서걱이는 관계속으로 하늘색 웃옷과 하얀
치마가 '계속 바라고 소망하세요'라며 웃고 있다.

나비가 한 마리 날다 날개가 여려 떨어진다.
그 다음 비틀리는 째즈의 선율, 비틀리다 결국 넘어진다.
당혹한 물, 적절한 이불, 엉거주춤 솔리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자기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은 자들은 수위의 둑을 무너뜨리고
일어나 춤을 춘다. 울다가 웃다가
시간의 시름과 함께 우리는 함께 사랑받았다고
그래서 기꺼이 주고 싶었던 게 있다고…
아무도 눈길을 피하지 않는다.
받고 주고, 주고 받고, 수위를 넘고 둑을 깨서
'따로 또 같이'가 되었다.
그걸 함께라고 하나보다.

가차이 있는 서늘한 가을이 내 것 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