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화곡동에서만 29년을 살다가 2001년 4월에 김포로 이사를 했다.
화곡동은 딸, 아들 두 자식이 어릴 적부터 자라며 어른으로 성장을 했고, 31歲의 아들은 여기서 태어났다. 두 부모님도 함께 사시다 세상을 뜨신 곳이다.

우리 내외에게는 73년부터 먼 길 직장을 아침저녁 나고 들던 우리 인생에서 어느 곳보다도 애환이 점철되었고 그렇게 정이 들었던 곳이다. 그러나 29년이라는 세월과 함께 우리 가족사에도 변화가 있었고 생활여건이 변함으로써 환갑을 막 지나서 두 부부만의 새 둥지를 틀고 3년째 살고있는 이 곳이 “살기 좋은 축복의 땅”이라는, 화곡동에 가까이 이웃한 작은 도시 金浦市이다.

김포하면 반도, 넓은 평야, 쌀이 생각나고, 지리를 조금 알면 서울과 강화도 사이의 중간 쯤에 옛 모습의 읍이 생각나고, 역사를 좀 알면 강화도령님 철종이 강화도로 귀양 아닌 귀양을 갔다가 다시 왕 같지도 않은 왕으로 즉위하기 위해 궁궐로 되돌아오던 길목에 자리한 고장이다.

현대사 속에서는 5·16혁명의 선봉에서 해병여단 예하부대의 탱크와 트럭이 한강인도교를 향해 지축을 흔들며 여명의 새벽잠을 깨워 역사의 새장을 열게 한 김포가도가 생각나는 곳이기도 하다. (평호 曰 : 김포는 밋밋한 고장이라 출중한 인물이 드물다고 했던가!)

지금의 김포시는 너른 벌판에 한 시가지가 묻혀있는 형국의, 농촌 속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이다. 서울에 붙어서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과도기적 성장형 도시에 속하는 ‘농촌속의 도시, 도시 속의 농촌’이 병존하는 그런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급속한 인구성장과 이질적 주민계층의 혼재로 인해 많은 도시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특히 삶의 질 차원에서 도시교통, 학교, 주거 등의 문제가 수도권 여느 도시 못지않게 심각하다.

김포의 동맥 48번 국도는 전국에서 일일 자동차 통행량이 제일 많고 교통체증이 심각해 도시고속화 도로의 구실을 못한다. 대학에 보낼 자녀가 있는 가정은 인문계 고등학교의 시설과 수준 차로 서울로 다시 회귀하거나 머물러 살지를 망설이면서 엉거주춤 사는 경우가 많다.

김포의 풍무동이라는 곳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난개발에 의해 만들어진 인구 3만이 넘는 전형적인 미니신도시다.  우체국, 동사무소, 파출소, 은행, 시장 등 편의시설이 부족해서 불편하다가 금년에 김포 3동에서 분동되어 주거와 도시행정 기능을 갖추기 시작했다.

또한 김포에는 3,000여 개의 영세한 공장과 그에 맞먹는 숫자의 무등록 공장과 제조장이 곳곳에 박혀 있어서 환경오염원의 주범이 되고 있다. 시 당국에게는 정비하자면 막대한 예산과 사회비용이 드는 골치 아픈 존재이다.

이 모두가 선계획 후개발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양산한 ‘민관 합동!’ 의 부산물인 것이다. 김포시는 전체 면적의 80%가 군사작전과 관련돼 있다. 이것이 도시의 개발 행위를 제한하고 계획적 도시 발전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일산 신도시보다 크고 분당신도시와 맞먹는 500만평 규모의 김포 신도시 건설이 1년 전에 공식 발표되었다가 금년에 무산된 것도 부처 간의 협의 과정에서 국방부가 군사작전 상의 이유로 No! 했기 때문이다. 김포를 거듭나게 할 천우신조의 좋은 기회였는데 매우 아쉽게 되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국가행정이 야속하다 못해 분노까지 치밀게 한다.

이러한 김포를 향해서 이사를 온 것은 나의 무지나 경솔함 때문만은 아니다. 알고서 이사를 왔든 모르고서 이사를 왔든 이사 온 후 3년을 틈나는 대로 시간을 내서 김포 전역을 구석구석 다니며 “김포 들여다보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김포의 도시와 지역 현안 문제를 파악했고 나의 전문지식을 살려 구호로만 그칠 것이 아닌 “축복의 땅 살기 좋은 김포” 만들기 위한 준비와 실천 강령을 나름대로 세우고 있다.

김포에 와서 제일 먼저 착수한 연구가 강화도로 가는 48번 국도의 만성적 도시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었다. 나는 브라질의 꾸리찌바시에서 타보았던 안전하고 쾌속한 버스에 착안하여 시당국에 벤치마킹을 해 볼 것과 48번 국도의 1차선인 중앙차선에 굴절버스를 투입하여 정시성에 쾌속 안전운행이 가능한 버스전용 중앙차로 제를 건의했다.

김포시가 이 건의를 받아들이면 최초로, 소위 “지상 지하철”이라는 BRT(Bus Rapid Transit)라는 새로운 개념의 노선버스체계를 운영하는 지자체가 된다. 반대하는 여론도 있으나  BRT system이 도입될 경우 김포에서 서울 도심까지 지하철을 운행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2006년 2월에 정년퇴직을 하면 '김포 도시·지역 연구소'를 개설해 김포시와 관련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볼 생각이다.

단지 명환이가 2001년에 나와 거의 동시에 장기동 청송마을 현대 아파트 단지에 입주했다가 개인 사정으로 집을 전세 준 채 서울로 다시 이사를 나갔다.

광용이가 현재 회장으로 있는 분수회의 회원 수가 60명이 더 된다며 매달 수요일의 점심 회동 때면 소동창회라도 하듯이 남녀 동창들이 나와 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서울 강남지역에서 살다가 분당, 수지, 죽전, 구성 등 서울의 동남 축 방향으로 '엑소더스'한 친구들이다. 

도시지리학에 이런 이론이 있다. 살던 집에서 도심(시청 중심)의 반대 방향으로 전출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이것이 주거지 이동각(住居地 移動角) 이론의 요체인데 도심을 중심으로 이사하기 전의 집과 이사 후 집의 각도를 재보면 예각(銳角)이지 둔각(鈍角)이 아니라는 지론이다.

분수회의 수혜, 준경, 문진이가 주거지 이동각 이론을 검증해 주는 경우다. 도봉산 자락 방화동에 살던 세윤이의 이동각은 둔각이니까 예외다. 나의 경우 화곡동에서 김포로 나갔으니 주거지 이동각이 첨예한 예각을 이룬다.

이 이론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면서 김포에는 여의도나 목동에서 이사 온 가구가 강남에서 온 가구보다 훨씬 많음을 첨언에 둔다.  여기서 농을 던지자면 서울에서 살다가 남쪽방향으로 나간 친구들은 서쪽의 김포를 볼 수 없는, 아예 김포라면 보지도 않으려는 사팔뜨기 눈을 가졌나 보다.

김포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이다. 내가 사는 청송마을 현대 아파트 단지가 김포에서는 제일 살기가 좋고 비싼  곳이라고 한다. 전국적으로도 빠지지 않는 아파트 단지다. 

7만여 평 3개 단지 안에 30여개 동 2400여 호에서 인구 1만여 주민이 사는 미니신도시이다. 동 간의 거리가 충분히 확보되어 (약 70m) 시야가 넓고, 조경이 훌륭하고, 편리한 시설에 살기가 쾌적한 1급 주거지이다.

복덕방에 매물로 나온 시세를 보면 33평이 1억9천, 42/43평이 2억6천~8천, 51평이 3억1천,  58평이 3억5천, 65평이 3억7천~9천, 77평이 4억5천이다.

65평형의 아파트 값이 서울 한강변의 40평형대의 중형 아파트 시세만도 못하다. 여일이가 동부 이촌동의 LG 자일 아파트를 팔면 65평형 세 채 하고도 반 채는 더 살 수 있을 게다.
 
동창 친구들이여! 우선 귀하의 집값과 이곳의 아파트 값을 비교해 보세요. 그리고 아래 사항들을 점검해 보세요.

① 정시 출근이 필요 없는 사람
② 대학입시를 치러야 할 자녀가 없는 사람
③ 이사를 하되 지금 살고 있는 집의 평수를 줄여 이사하고 싶지 않은 사람
④ 자녀 결혼 등 적지 않은 목돈이 필요한 사람
⑤ 노후대책을 위한 자금마련이 필요한 사람
⑥ 2~3억의 운용자금이 지금 당장이라도 필요한 사람
⑦ 신혼자녀에게 집 한 채를 마련해 주고 싶은 사람
⑧ 단독주택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아파트 1층은 마당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음)
⑨ 푸른 수목 환경 속에서 살고 싶은 사람

①~⑨항까지를 점검한 결과 귀하가 만족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는 얼마나 됩니까? 현재의 집을 팔아도 집이 줄지 않고, 목돈을 챙길 수 있고, 여유 자금이 생기고, 자녀에게 큰 선심을 쓸 수도 있고, 단독주택 같은 아파트에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짱이지요.

'짱'에 더해서 나와 오손도손 이웃해서 살 생각이 있으면 예각도 좋고 둔각도 좋으니 주저 말고 김포로 나오세요. 서울 밖 남촌에 분수회가 있으면 서울 밖 서촌에 '김포지회'를 만들어서 우리는 부부동반으로 매달 한번 수요일! 에 점심을 하자구요! 

어찌어찌하여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 왔는고!  이제 여기서 나의 김포 이야기를 끝내렵니다.  김포를 정녕 축복의 땅 살기좋은 도시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필자가 동문회지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