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은 2년 전부터 준비한 일이에요. 스물넷에 들어와서 34년을 근무하면서 많은 선후배들을 봤잖아요. 적당한 시기에 후진들에게 길을 열어 주겠다는 평소 생각을 굳힌거죠. 농사가 있어서 도지 받으니 먹는 것 걱정 없고, 아쉽다 싶을 때 그만두고 동네 이장일을 보더라도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는 생각을 옛날부터 했어요."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가족들에게 참 미안해요. 도대체 집안 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월급보다 경조사비가 더 나가는 생활을 이제껏 하다보니…"

그래서 명퇴 의사를 이야기해도 가족들은 여느집 가장들처럼 가정에 충실할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 눈치란다. 서울대를 졸업한 맏아들은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로 화제를 모은 황우석 박사의 연구 팀원으로 국가적 개가를 올리는데 일조하고 있고, 큰 딸, 작은 딸 모두 어엿한 사회인으로 독립했기 때문에 부양 부담이 준 것은 다행이다.

강 국장은 24세에 공직에 입문해 통진면장, 하성면장, 의회사무과, 지역경제과, 복지환경국장직을 거쳐 행정부서 최고 책임자인 자치행정국장직까지 소신을 수반한 특유의 리더십과 추진력으로 수직 승진 가도를 달려왔다.

"아쉬움도 많죠. 통진면장 시절에는 지금의 통진문화회관 부지와 검바위 약수터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경상도까지 어렵게 지주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었어요. 면 발전과 면민들을 위해 땅을 좀 희사하라고 부탁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잖아요. 두루 좋자고 자신감을 갖고 추진하는 일인데 나중에 면장이 부동산에 손댔다는 루머가 나돌아서 얼마나 속상했던지…"

우여곡절을 거쳤건만 이제 문화센터에서 체력단련과 문화활동을 즐기고, 약수를 사용하는 주민들이 과거 이런 강국장의 노고를 짐작이나 할까. 개인의 영달을 꾀한 일이 아닌데 진정성은 퇴색되고 왜곡됐을 때 느꼈을 아픔이 짐작이 됐다. 사우동사무소와 하성면 원산 약수터도 강 국장이 이뤄냈다.

사견임을 전제한 강 국장의 머릿속 신도시 해법안은 혼자 듣기 아쉬웠다. 아쉬움 탓에 상기된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공직사회도 조직이다 보니 시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스타일'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불협이 있을 것이다.

"나는 지저분한 꼴을 못 봐요. 한강 제방변 좀 말끔히 정비할 수 있는 체계를 잡아봐야겠다 싶어서 청소과를 신설했는데 책임 부서가 바뀌었고… 하성 봉성리에 3천여평 농지에 농업기술센터를 이전하고, 그 일대를 친환경 농업단지로 조성해 외지인들을 끌어들여 관광상품화하고 싶은 계획이 무산된 것은 아쉬워요. 참 아쉬워…"

아직도 의욕적인 그의 구상을 듣고 있노라니 명퇴를 앞둔 심경과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자 했던 인터뷰의 목적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현재의 갈등과 반목에서 벗어나 김포시민이란 이름으로 하나될 수 있는 대안이 빨리 수립되길 바란다"는 그의 간절한 염원에는 아쉬움의 그림자가 짙어보였다.

"혼자 듣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기자의 말에 "스스로 아쉬움을 느낄 때가 적기"라며 "공직을 거쳐간 많은 공무원들의 경륜과 지혜가 동호회 모임으로 그치지 않고 시정에 활용될 수 있길 바란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밖에서도 능력있는 후진들의 분발을 촉구할 기회를 만들고 여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로 들렸다.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직을 염두에 둔 퇴임설도 부인하지 않았다. 성숙한 시민 의식을 견인하고 뒷받침할 문화체육 시설들을 잘 관리하는 일의 가치를, 선진국의 예를 들어 설명하며 "기회가 오면 전력을 다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96년 통진면장 시절 통진두레놀이로 전국민속전통놀이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 김포시 전통문화축제의 한 축을 구축하는 공을 세웠고, 90년엔 한강제방 수방 대책비로 거액의 국비를 유치해 수문시설을 보강, 시 안전을 든든하게 했다.

초임 시절, 비가 새는 허름한 숙직실을 고칠 수 없을까 고민하다 리어커에 큰 통나무를 싣고 벽에 충돌시켜 '증거를 확실히 했다'는 에피소드는 자연인 강 국장의 다음 행보를 주목케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