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저는 제 남편이 3년간 외도를 해 오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었고 말이 3년이지 그간의 고통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습니다.

남편에 대한 반발심과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저는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남자와 몇 회의 만남을 통하여 정이 들 무렵에 남편의 외도가 끝난 것 같은 조짐을 보이는지라 저도 그 남자와의 관계를 3개월만에 정리했는데, 남편은 자신이 외도한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제가 몇 회 만난 남자와의 관계를 이유로 저를 괴롭히는가 하면 예전과 달리 아내로서 대우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살기 힘들어진 저는 이렇게 사느니 이혼하는게 낫겠다 싶어 남편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했으나 남편은 “누구 좋아라고 이혼이냐, 너 한번 당해봐라”는 식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남편의 동의 없이는 이혼을 할 수 없는 것일까요?

[답]다른 여자와 외도를 하고 있는 남편이 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하여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와 같이, 스스로의 유책(잘못이 있는 자)행위에 의하여 혼인파탄을 초래한 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기본 입장입니다(대법원 1991. 2. 26. 선고 80므365, 872 판결 등 다수판결).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① 혼인파탄에 쌍방이 모두 유책이고 상대방 배우자가 오로지 상대방에 대한 보복적인 감정 때문에 표면적으로 이혼에 불응하고 있지만 내심적으로는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경우 ② 이혼청구인의 유책성보다 상대방의 유책성이 훨씬 더 무거운 경우 ③ 이혼청구인의 유책적인 행위와 혼인파탄과의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 또는 혼인파탄의 주된 원인이 이혼청구인의 유책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객관적인 다른 어떤 사정에 있는 경우 등에는 비록 유책자의 이혼청구라 할지라도 이를 허용하는 경향입니다.

귀하의 경우, 아내와 남편 모두에게 부정행위로 인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얼마간씩 있다고는 보여지지만, 쌍방을 비교해 볼 때 남편 쪽에 더 중대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게다가 남편이 괜한 보복심 때문에 이혼을 거부하고 있을 뿐 진실로 아내와 결혼을 계속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도 의문이므로 남편의 승낙 여부와 상관없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들어 이혼을 청구하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