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과 두 다리를 지닌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한 로봇은 제작되고 있지만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거나 지능을 지닌 로봇은 여전히 영화나 소설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과 비슷한 로봇이 등장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간과 비슷한 모습의 로봇이 인간과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고 힘든 일을 하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됐습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외관이나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이나 사고(思考)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입니다. 로봇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사물을 대하는 모습은 아직까지는 영화나 소설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로봇의 인공지능은 철저하게 논리적으로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그 외의 불확실하고 돌발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도 인간의 능력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물론 미리 정해진 조건에 대한 대처나 논리적인 판단은 인간보다 떠 뛰어날 수도 있습니다.

스푸너 형사는 자기 말고 곁에 있던 어린 소녀를 구하라고 명령하지만 로봇은 스푸너 형사의 생존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아무런 주저 없이 스푸너 형사를 구합니다. 그 사건으로 스푸너 형사는 매일 밤마다 그 순간을 떠올리게 되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로봇을 혐오하게 됩니다.

사람이 뛰어들었다면 자신보다는 어린 소녀를 구했을거라고 믿는 스푸너 형사에게 로봇은 그저 차가운 기계덩어리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스푸너 형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사람들은 로봇이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로봇에게 의존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로봇은 사람을 절대 해칠 수 없다는 로봇 3원칙을 어길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통제 아래에서 완벽하게 컨트롤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봇 3원칙을 만든 래닝박사가 의문을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스푸너 형사는 래닝박사의 죽음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고 USR본사를 방문하게 됩니다. USR은 래닝박사의 죽음을 단순한 자살로 몰고 가지만 스푸너 형사와 래닝박사의 동료인 캘빈박사는 래닝박사의 방에서 새로운 로봇을 발견하게 됩니다.

래닝박사가 죽기 전에 만든 로봇 써니는 놀랍게도 로봇 3원칙을 스스로 어길 수도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거기에다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기까지 합니다. 스푸너 형사는 써니가 래닝박사를 죽인 범인이라고 의심하지만 USR측은 써니는 단지 불량품에 불과하다며 써니를 파괴하려고 합니다.

로봇이 인공지능을 가지고 인간과 동등한 지위에 서게 된다는 설정은 다른 영화나 소설에서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인간과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한다면 과연 그 존재를 단지 기계덩어리로만 볼 수 있을까요?

단순한 기계덩어리가 아니라면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할 수 있을까요? 로봇이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과 기계의 경계선은 모호해집니다. 인간처럼 감정을 가지고 사고하는 로봇이라면 스스로 진화할 수 있고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종족보존의 본능까지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창조자를 넘보는 피조물인 셈입니다.

영화 속에서 래닝박사는 로봇의 인공지능에 존재하는 오류들이 모여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가 로봇을 진화하게 만든다는 이론을 이야기합니다. 결국 로봇들이 사람과 같이 사고하고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는 걸 경고한 셈입니다.

인간과 가장 비슷한 로봇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인간들의 목표지만 그 목표를 이루는 순간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과연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령이나 <블레이드 러너>의 데커드를 인간이라고 해야 할지, 기계(로봇)라고 해야 할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