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철호 청석학원 원장

행복한 삶이란 가슴에 관심 있는 것 하나쯤 담고 사는 삶이다
– 『굿라이프』,(최인철,서울대심리학교수) –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으면 내 앞에 놓여 진 하루를 어찌해야 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시간에 떠밀려 가듯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매일 떠밀려 갑니다. 중력의 법칙을 벗어나 지구상에서 살 수 없듯 삶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살 수는 없나 봅니다.

어떤 사회학자는 인간이 추구하는 인생을 세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첫째는 생계유지형입니다. 이들은 주로 오늘의 필요에 관심을 두고 소유와 안정을 추구합니다. 둘째는 외부지향형입니다. 이들은 사회적 성공에 관심을 두고 인기와 업적, 지위를 얻기 위해 애씁니다. 셋째는 내부지향형입니다. 이들은 소유나 성공보다는 자기 성숙과 자아실현에 우선 가치를 둡니다. 저는 나이 들어 가면서 생계유지형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 만의 삶을 살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행복하다는 것은 개인마다 느끼는 감정입니다. 맛있는 음식이 모두 건강한 음식이 아니듯 즐거운 삶이 모두 행복한 삶은 아닙니다. 대부분 행복한 기분은 감정의 영역으로 짧은 시간에 예속되어 있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즐거운 기분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감정이 가진 한계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보다 젊었던 시절 몇 번인가 중요한 시험에서 좌절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실패한 후에 다시 되돌이켜 생각해 보면 항상 순간 순간의 노력이 즐겁고 안락하기를 바라는 감정으로 희석되어 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후도 그런 삶의 태도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것이 제가 매 순간 감정을 처리하는 저의 삶의 방식이었던 것이어서 제가 고칠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심리학자 조너던 하이트는 “감정은 머리이고 합리성은 꼬리에 불과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삶의 의미와 삶의 즐거움의 균형이 행복인 것은 감정과 이성의 균형이 행복이란 말과 같은 것입니다. 감정은 리트머트시험지 같은 것이라서 어떤 환경이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작용하는 것 같지만 훈련 여하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다양한 감정들이 담긴 마음은 매 순간마다 출렁이며 세상에 대한 내 반응을 쏟아냅니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마음에는 이성이 모르는 이유가 있다”라고 설파한 적이 있습니다. 인문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의식 속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데 일, 사랑, 영혼, 초월의 강력한 주제가 인간을 지배한다고 합니다.

살면서 가끔 ‘내가 겨우 이런 존재밖에 되지 않는가?’라는 절망감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런 실존의 절망이 느껴진 이유가 삶의 목적이 결핍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느꼈을 것입니다. 행복은 결국 삶의 즐거움과 삶의 의미가 균형있게 마음에 담겨져서 평형수 역할을 할 때 가능한 축복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