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철호 청석학원 원장

모든 위대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보라. 그들이 걸어온 길은 고난과 자기희생의 길이었다.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사람만이 위대해질 수 있는 법이다. – G.E. 레싱 –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은 독일 계몽주의 시대에 철학과 문학, 종교에 큰 발자취를 남긴 사상가입니다. 지식에 대한 진지한 그의 발자취는 후대 학자들에게 많은 영감과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는 살아가는 평생동안 자신의 발자취를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최근 몇 년간 밀렵이 급증하면서 코뿔소 등의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발자국 식별 기법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현존하는 코뿔소는 모두 5종으로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검은 코뿔소와 힌코뿔소, 아시아에 서식하는 인도 코뿔소와 자바 코뿔소, 수마트라 코뿔소가 있습니다.

새로 개발한 발자국 식별 기법은 스마트 폰이나 드론으로 찍은 동물의 발자국 흔적을 테이터 분석을 통해 야생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멸종위기 동물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코뿔소의 종류나 무리마다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발자국의 모양이 다르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관련 단체에서는 이런 코뿔소들의 특성을 고려해 어떤 코뿔소의 무리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혹은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등, 전반적인 상태를 살핀다고 합니다.

우리도 각자의 삶 속에서 발자국의 남깁니다. 어느 곳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시간을 가졌는지 등 과거를 걸어와 지금 걷고 있고 미래를 향해 걸어갑니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사람이라도 걸어온 발자취가 다르면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기 마련입니다

〈夜雪(야설)/밤눈〉
답설야중거(踏雪夜中去)/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금일아행적(今日我行蹟)/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눈을 밟으며 들길을 갈 때/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뒤에 오는 사람에게는 이정표가 될 것이니 - 서산대사 휴정스님 -

위 시는 1948년 남북협상 길에 나선 백범 김구 선생이 38선을 넘을 때, 읊었다는 서산대사 휴정 스님의 야설(夜雪)입니다. 지난 겨울에 눈길을 걸으며 산책하면서 몇 번인가 되뇌이며 생각했던 시입니다. 사람의 평생은 주어진 시간 위를 걷는 삶의 궤적이 전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자신의 생명을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내 것을 내맘대로’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자신의 삶의 궤적을 그렇게 마무리 해서 는 안될 것입니다.

네이버나 포털의 검색창에 ‘투신자살’을 쳐보면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 투신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전날도 여권의 3선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어찌 목숨이 개인만의 것이겠습니까. 개인의 목숨은 가족의 것도, 그가 속한 공동체의 것도, 그가 속한 사회나 국가의 것도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