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으로 대학 졸업... 17년 영업맨으로 승승장구하며 창업"
"위덴 누적 기부액 10억원 훌쩍..여야 넘나들며 활발한 의정"

"도의원 역할 따라 예산규모 달라져... 오너 바쁘면 회사 망해"
"시민 뜻 떠나 정치하면 안돼...시장은 아무나? 모두가 후보군"

홍원길(洪源佶 1960년생) 도의원은 김포 사우리 지금의 사우동에서 태어났다. 시의원을 거쳐 도의원에 당선된 홍 의원은 "정치는 국회의원부터 하는 거고 지방의원들은 심부름하는 사람이고 영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도의회는 예산 전쟁터에요. 평상시에는 동네 심부름(민원)을 하고 회기 때 일 년의 반은 또 (도의회가 있는) 수원에 가 있어요. 도의원들이 156명이 있는데 (도지사) 특조금은 어차피 거의 똑같이 나눠줍니다. 가져오기 나름이지만. 여하튼 중요한 건 일반 예산하고 사업 선정이에요. 영업이 중요하죠."
"시의원을 할 때는 우리끼리 살림을 가지고 오물딱조물딱 하는 거지만 도의원은 영업을 할 수 있어 그 재미가 쏠쏠하다"는 홍 의원은 "접경지역 예산이 파주, 포천으로 거의 다 간다. 김포도 1.5배는 받아야 되는데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1은 가져오자는 각오로 일한다"고 했다.

홍 의원이 정치에서도 영업을 강조하는 건 그의 인생 역정과 관계가 깊다. "김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방위나 해병대에 끌려 가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냥 제가 1980년 4월 스물한 살 봄에 전경을 지원해 버렸어요. 훈련을 세 달 받고 7월쯤 서대문(경찰서)에 배치를 받았죠. 그런데 그때 전경을 간 게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김포에 있었으면 대학 갈 생각을 안 했을 거예요. 당시 전경은 시험을 보고 들어갔는데 동기들 80%가 대학 재학생이었죠. '나도 대학을 가야되겠다'고 그런 마음을 먹게 됐어요."

1982년 12월 30일 제대한 20대 초반의 청년은 곧장 공장에 취업을 했다. "당시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이 된 친구들 월급이 7만 4천원밖에 안 됐어요. 근데 제가 1983년 공장 다닐 때 야간까지 하면 14만 5천원을 받았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 인생이 앞이 보이질 않는 거예요."

사실 홍 의원은 공부도 잘했다. 하지만 집안 형편상 대학 진학은 어려운 이야기였다. "제대한 다음해 6월인가 7월 여름에 어머니하고 아버지한테 말씀을 드렸죠. '저 대학 한번 가볼게요.' 그런데 생각 외로 그러시더라고요. '그래, 한번 해봐라.'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그래서 한 5, 6개월 공부를 다시했는데 성적이 잘 나왔어요. 공부하면서 코피를 처음 흘려봤으니까요.(웃음)"

그렇게 청년은 경기대학교 경영대를 한번에 붙었다. 바로 갔으면 79학번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84학번이 된 거다. "목표대로 야간 대학을 갔어요. 야간이지만 동기 대부분이 거기 광화문 쪽에 공무원이나 은행원이었어요. 다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어서 입학 경쟁률이 상당히 높았죠. 여하튼 붙기는 했는데 부모님께 돈 달라고 하기는 싫었어요. 일을 해야 했죠."

청년은 당장 등록금이 문제였다. "이모가 (영등포구) 양남동에서 개성상회라고 야채가게를 했어요. 몇 평짜리 가게지만 서통, 신일섬유 이런 데에 급식 식자재를 납품하는 큰 회사였죠. 마침 거기서 일하던 직원 한 명이 방위를 간다고 그만두게 됐어요. 저는 돈이 필요한 시점이었고요. 등록금을 내주는 조건으로 일을 하게 됐죠. 그렇게 자전거 배달 일을 3년 반 정도 했어요."

청년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오전 내내 배달을 하고 오후가 되면 학교로 가 벤치에서 쪽잠을 잔 뒤 저녁 수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졸업 후 한미약품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1년 반 만에 사표를 내고 말았다. "제 성격하고 안 맞아서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당시에 약사님들이 너무 치사하게 굴었어요.(웃음)"

당시 한미약품은 몇 사람이 동업으로 만든 회사었는데 사표를 냈다는 소리를 들은 오너 한 명이 배짱 좋은 청년을 낚아채갔다. "한미약품은 중대 약대 동기 두 분이 하던 회사였어요. 제가 그만둔다고 그랬더니 칫솔 수입회사를 하던 분이 오라고 해서 바로 갔죠. 근데 이게 영업이 달라요. 의사들을 상대하는데 너무 편한 거예요. 순수하고 결재도 깔끔하고 영업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급여도 꽤 많이 받았고요."

청년은 그 회사를 17년 간 다니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회의감을 느끼던 찰라 동생 홍원정 대표와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구강관리 용품 전문회사 위덴이 김포에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 제일 유명한 칫솔 회사들이 중국에서 OEM(주문자생산)을 했어요. 질이 떨어졌죠. 칫솔, 치간, 치실에 대해서는 저도 전문가였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품을 개발했어요. 당시에 혀 크리너가 막 나오기 시작했는데 칫솔과 혀 크리너를 결합한 제품을 내놨어요. 국민학교 때인가 '벨이라는 사람이 수신기와 송신기를 붙여서 지금의 전화기 모양이 나왔다'는 얘기를 떠올리며 만들었죠. 이쪽 업계에서는 최초의 제품이었어요. 동생이 한참 한샘을 잘 다니고 있을 때인데 이야기 했더니 '아이디어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동생과 함께 하게 됐죠. 목업(시제품 모형)만 30개를 만들며 제품을 완성했어요. 인연이 있는 치과 의사들이 제품 개발을 도와줬죠. '중국 거 말고 국산으로 국내에서 제일 좋을 걸 만들자'는 생각이었죠. 어떻게 어필이 됐는지 병원에서 선주문들을 해줬어요. 제품이 나오자 잘 팔렸죠. 한 6개월쯤 됐는데 동생이 그러는 거예요. '형, 이거 매출이 너무 커져서 법인을 만들어야겠어요.' 회사가 무지 빨리 컸죠. 개인사업자로 안 될 정도로. 동생도 저처럼 경영 마인드가 있어요. 동생이 혼자 해도 잘 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손을 뗏어요."

치아랑 상호로 시작한 위덴은 사업 초기부터 기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신문을 보니까 홍철호, 홍경호(굽네치킨 상호 지엔푸드 회장) 형제가 여름이면 경로당 어르신들께 닭을 기부하더라고요. 그래서 동생에게 말했죠. '닭 장사는 닭 기부하니까 우리 칫솔 장사는 칫솔을 기부하자.' 동생도 흔쾌히 동의했죠. 그때 제가 새마을지도자를 했어요. 연말에 새마을회에서 김장을 해서 독거 어드신들께 전달을 하죠. 그래서 우리도 칫솔 6개씩을 백에 담아서 김치와 함께 드렸어요. 어르신들의 구강 관리가 건강에 아주 중요하거든요." 그렇게 시작된 위덴의 구강용품 기부액은 10억원이 훌쩍 넘는다. 

홍 의원은 이후 친구와 건설업을 하던 중 인생의 두 번째 전환점이 될 요청을 받게 된다. "전 늘 두 개의 인생을 산다고 얘기해요. 11년 전이에요. 홍철호 아저씨가(홍 전 국회의원은 홍 의원보다 2살이 많지만 아저씨 뻘이다. 먼 친척이지만 한 동네에서 자랐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하고 대뜸 '당신이 좀 도와주시오.' 그러시는 거예요. '와서 사무국장을 좀 해달라'고요. 처음엔 고사를 했죠. 훌륭한 사람들도 많은데 솔직히 자신이 없었어요. 이런 걸 해본 것도 아닌데 갑자기 선거를 치르라고 그러니까.(웃음) 한 일주일 고민을 하니까. 정확하게 그때가 3월 31일이에요. 만나자고 해서 다시 만났더니 그러시더라고요. 그 말씀에 공감을 했어요.    '조카님도 훌륭한 코치고 나도 지역에서 코치였는데 이제 운동장에서 선수로 뛰려고 한다. 같이 뜁시다.'" 

보궐선거에서 홍철호 크레치코 회장은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물리치고 경영자에서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이어 2년 뒤 선거에서도 당선되며 재선의원으로 정치적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재선 2년 뒤인 2018년에 지방선거가 있었어요. 그때 시의원 출마를 권하시더라고요. 지역 사무실이 안정됐으니 이제는 김포시를 위해서 좀 일을 하라고요. 그렇게 출마를 하게 됐고 감사하게도 당선이 됐어요."

홍 의원은 시의회에 들어간 뒤에도 여야를 구별하지 않았다. 어려워도 상대에 대한 배려심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민주당 정하영 시장(당시 시의원)하고 담배도 많이 피고 이야기도 서로 많이 했어요. 또 신명순 의원 방에는 아마 제가 제일 많이 갔을 거에요."

기억에 남는 의정활동을 묻자 홍 의원은 오일장 천막 이야기를 꺼냈다. "의원이 되고 오일장을 갔더니 그게 보이는 거예요. 장을 자주 가는데 의원이 되서 보니까 천막 크기나 색깔이 모두 제각각이었죠. 여기가 김포 분들 뿐 아니라 다른 데에서도 오시잖아요. 김포의 얼굴이기도 하고 그래서 시를 설득해서 일괄적으로 그걸 다 갈아드렸어요. 뿌듯했죠. 의정활동의 보람을 느낀 계기가 됐어요."

오일장 상인회도 그때 결성됐다. 여러 상인회가 있었는데 제각각 개별로 민원을 내자 홍 의원이 창구 단일화를 요구했다. "부탁을 드렸죠. 그래야 민원 해결이 빠르니까요. 그 뒤로도 시장 환경 개선 사업을 많이 해서 그나마 지금의 모습이 됐습니다."

김포는 국민의힘 3명, 더불어민주당 1명의 도의원이 있는데 단합이 잘 되기로 도의회에서도 손꼽힌다. "김포에 어떤 큰 사안이 생기면 민주당이나 우리당이나 가릴 거 없이 같이 해결해요. 예산 따오기든 공모사업 선정이든 당을 안 가려요. 구별할 이유도 없고요."

홍 의원은 시의원과 도의원 역할의 차이를 영업이라고 단언했다. "도의원은 도를 상대로 예산을 따올 수 있어요. 시의원은 있는 예산 가지고 안에서 갈라서 하는 거지만 도의원은 별도 예산을 가져올 수가 있어요. 또 예산을 가져오더라도 31개 시군 각각의 도의원들이 어떻게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예산 규모가 달라져요. 공모에 선정이 되고 안 되고도 영업에 달려있죠."

"도의원이 예산을 따오는 건 시시콜콜 홍보할 것도 아니고 당연한 일"이라며 "사업 선정과 예산 확보에 김포가 빠지지 않게 계속 영업을 하는 게 도의원 역할"이라는 홍 의원. 의정활동의 아쉬움을 묻는 질문에 자신의 능력을 꼽을 정도로 겸손이 몸에 배어 있다.    

"저는 이기형 의원이나 김시용 의원님이나 너무 감사한 게 (재선) 선배들이 항상 '우리는 하나다'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이기형 의원 소관의 어떤 사업인데 김시용 의원님이 부서 담당자를 잘 알면 불러서 그 방에 함께 모여 미팅을 해요. 김포 도의원들이 모두 원하는 사업이란 점을 강조하죠. 그럼 부서에서도 도움을 줘요. 지역 의원들이 여야 구별없이 한 목소리를 내니까요. 도의회는 예산 전쟁터에요. 제 소관이 아니지만 어제도 학교예산을 예결위의 한 의원님한테 부탁해놨어요.   '당신이 좀 책임을 져달라'고요. 우리가 일일이 말을 안해서 그렇지 예산하고 사업 따는 역할을 정말 열심히들 합니다. 공모 사업도 시에서 좀 일찍 알려주면 좋은데 꼭 떨어질 거 같으면 그때서야 도움을 요청해요. 미리하면 쉽지만 나중엔 어려워요. 그런 건 개선이 필요해요."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점을 묻자 한사코 답을 사양하던 홍 의원은 자신도 "답답할 때가 많다"고 했다. "국민을 생각하면 좀 더 다르게 고민을 해 볼 수 있을 텐데하고 생각하죠. 시의원도 도의원도 마찬가지고 중점을 어디에 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정치는 각자 당에 가 있는 것 같아요. 국민에 대한 생각이 부족해요. 제 선거 캐치프레이즈가 '홍원길은 시민이 원하는 길'입니다. 국민과 시민의 뜻을 떠나서 정치를 하면 안 돼요."

여러 시장들을 겪어본 홍 의원은 시정 스타일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오너가 바쁜 회사는 망하는 거예요. 제가 사업을 해봤잖아요. 사장이 바쁠 이유가 없어요. 제가 전임 시장님들한테도 자주 말씀을 드렸어요. '아니, 결제를 왜 이만큼씩 갖다 놓고 있어요?', '부시장한테 국장들한테 권한을 주고 책임도 물으세요.', '도대체가 결제가 안 되는 것들, 판단이 안 선다고 하는 것들만 한 장짜리 (결제나 보고서)를 받으세요.' 근데 결국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의견이 팽팽할 땐 설득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홍 의원.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51대 49로 대치할 때 어쨌든 51로 갈 경우에 49를 설득하는 게 우리 심부름하는 사람들의 역할이에요. 어차피 해야 될 거 예를 들어 화장장이라든지 님비시설의 경우 하기는 해야 되는데 반대가 많찮아요. 계속 만나서 방법을 찾아야죠. 그리고 51대 49가 만들어지면 49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서울편입도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장단점을 따져서 시민들한테 설명을 했어야죠."

홍 의원은 시장 출마 의향을 묻자 "시장은 아무나 하나"라며 손사래를 쳤다. "몇몇이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계시다는 건 제가 7년 동안 시도의원 하면서 그분들한테는 열심히 했다고 판단을 받은 거니까 감사하게는 생각해요. 하지만 시장은 아무나 하나요. 민주당은 후보군이 11명이라는데 우리는 얘기 나오는 사람들이 없어요. 그래서 그런 얘기를 했어요. 모두가 후보군이라고 생각하자. 이름이 안 나오면 서운한 거지 (나오면 좋은 거고.)"

씨티21뉴스·중부데일리 공동인터뷰 / 대담·정리 = 최구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