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록 후보님. 그간 안녕하신지요.  풍무동에 사는 정왕룡입니다.

유후보님께서 강윤석 편집장과 진행한 인터뷰 기사를 잘 읽었습니다. 총선 패배의 후유증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새롭게 심기일전하시는 모습을 보게 되어 좋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유후보님께서 17대 총선을 되돌아보시면서 평면적, 제한적 평가의 틀에 여전히 갇혀 계시는 것 같아 몇 말씀 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유후보님의 17대 총선 패배는 후보님 개인의 정치적 좌절이 아니라 김포의 좌절이며 이땅의 참여민주시대의 한축이 흔들리는 뼈아픈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선거가 끝난 뒤 주변 분들에게서 유후보님의 선거 전략이나 방식, 선거운동의 열정이나 헌신성 여부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를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떤 주민은 유후보님과 대면하고 선거에 진 이유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자리를 마련해보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왜 유영록이어야 하는가?’

열린우리당 후보인 점 말고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비전제시가 없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문제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유후보님께서는 유정복씨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인지도’문제를 언급하셨지만 저는 그것이 그다지 결정적 문제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유영록’이라는 브랜드에는 젊음과 패기와 참여시대에 걸맞는 정치철학이 담긴 비전제시가 반영되어야만 했습니다.

또한 ‘유영록’이라는 브랜드는 그 세대가 갖고 있는 ‘공동체적 삶에 대한 열정’이 함께 비춰져야만 했습니다. 더욱이 탄핵정국이 갖는 긴박한 시대적 분위기속에서 ‘인물론’으로 맞서는 상대후보에 대해, 그러한 숱한 인물들이 모여있는 한나라당이 이끌어온 나라와 지역사회가 어떠했는지, 그리고 자신이 당선되면 어떻게 지역과 사회가 달라질지 구체적 상을 제시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점은 열린 우리당의 전체적 모습과도 연관이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3.12 탄핵 정국이후 열린우리당이 국민에게 보여준 것은 ‘탄핵에 대한 부당성 규탄’으로부터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3.12탄핵의 부당성만 언급했지 반개혁세력이 집권 했을 때 어떤 사태가 야기될지, 거꾸로 자신들이 집권했으면 주변이 어떻게 나아질지 구체적 상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여론조사로 앞서가는 분위기에 ‘부자 몸조심’ 할 줄 만 알았지 주민속에 적극적으로 파고들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여기에서 쓴소리 한마디를 더 토해내고자 합니다.

유후보님께서 농촌지역의 유세에 상대적 비중을 두었던 게 단지 선거 공약적 차원의 전술적 오류가 아니라 ‘그 무엇의 벽’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극복하지 못한 ‘관점과 철학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무엇의 벽’을 한마디로 ‘토착지역 토호세력 내부의  끼리끼리 나눠먹기식 패거리 정서’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도시지역이야 탄핵정국의 바람으로 당연히 우군이 많을 것이니까 혈연, 학연으로 뭉쳐있는 토착지역만 해결하면 된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후보님을 선거기간 내내 많은 주민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한 요인이 아닌가 저는 지적하고 싶은 것입니다.

무엇보다 승부의 ‘키워드’를 토착지역 패거리 정서에서 찾는게 아니라 ‘정책과 비전’ ‘발로 뛰는 열정’에서 찾기를 바랬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후보님께서 보시는대로 입니다.

궁금했던 것은 후보님이 그후 ‘총선결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가 였는데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여전히 안타까움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보면서 아직껏 유후보님께서 ‘성장과정에서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는 개인적 인고의 과정’으로만 이번 실패를 평가하시는 것 같다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유후보님을  찍기위한 최소한의 동기부여를 원하는 사람들마저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 면밀한 검토가 아직 안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유후보님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정치에 대한 열망을 계속 키우시려거든 ‘토착지역 패거리 정치정서’의 틀을 깨고 나오십시오. 그 껍질을 깨지 못한다면 후보님은 여전히 똑같은 결과와 똑같은 평가만 되풀이 할 것입니다.

유후보님의 패배가 개인의 실패를 뛰어넘는 차원의 깊은 아픔으로 다가오기에 토해내는 쓴소리입니다.

실례되는 표현이 있었다면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더 이상 긴 글은 결례가 될 것 같아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건승하십시오.  -정왕룡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