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그야말로 ‘역대급 폭염’으로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더위로 꼽혔던 1994년과 2018년 폭염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폭염의 주기’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하며,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예측했다.

즉 폭염이 일상화된다는 건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마음마저 무거워진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면 시나리오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고창초등학교(고창초) 전교생이 동참한 ‘두발로 데이’ 캠페인은 코앞에 다가온 기후 위기에 전면 도전장을 내며 온실가스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는데, 이번 씨티21뉴스 인터뷰 주인공은 이 캠페인을 기획하고 이끈 우리동네 안전 지킴이 문현정 고창초 안전마을 대표다.

▲ 문현정 고창초 안전마을 대표.

❙ 내 아이로부터 시작한 ‘안전마을’

전문가들은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없다면 2030년대 이후부터는 매년 폭염 기록이 깨지는 ‘뉴 노멀’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고창초에서 실시한 ‘두발로 데이’ 캠페인은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에 한발 앞서는데, 이 캠페인의 시작은 과연 어디였을까?

“안전마을의 전신은 ‘녹색 어머니회’입니다. 요즘은 시니어들이 활동하고 있어 녹색 어머니회 봉사의 횟수가 다소 줄기는 했지만, 아이가 학교(고창초)에 입학하면서 녹색 어머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문현정 대표가 아이를 위해 시작한 녹색 어머니회 봉사는 연합회 활동으로 이어졌고, 이는 둘째 아이가 고창초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학부모회 활동으로 연결된다. 그러던 2022년 녹색 어머니회는 ‘안전마을’로 명칭이 변경됐다.

그는 명칭이 변경되고 활동 범위가 더 확장됐다고 한다. 즉, 두발로 데이 캠페인과 같은 환경 문제를 아이들과 함께 다룰 수 있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탄소 중립 운동 등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수년간 아이들을 위해 활동하다 보니, 제 아이뿐 아니라 누군가 소외되지 않고 전체 학생이 즐겁고 재밌게 누릴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또 대상이 아이들이다 보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뭔가를 하는 게 좋다는 의견들에 공감하고 충분히 반영해 나온 결과물이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실시한 ‘두발로 데이’ 캠페인입니다”

❙ ‘두발로 데이 캠페인’이 남긴 것들

고창초 전교생 수는 700명을 약간 밑돈다. 학생들은 대다수 수정마을, 쌍용예가, 캐널시티 등에서 통학하는데, 어린 학생들에게는 다소 먼 거리인 탓에 도보 등교보다는 부모님의 차량을 이용하는 등교가 익숙하다. 차량을 이용한 등교는 빠르고 편하지만, 등굣길에서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추억을 쌓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무엇보다 등교 차량으로 학교 앞 안전 문제는 물론 차량에서 내뱉는 배기가스 배출로 학생들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전마을 교사들의 고민은 깊어 간다. 아이들의 추억도 쌓아주고, 안전하게 등교하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차 없는 등굣길’을 착안한다. 그게 2019년이다. 그리고 올해는 ‘두발로 데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그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고 9월 첫 번째 주 전개한다.

“매일 차량으로 등교하던 아이들이 1주일 동안 걸어서 학교에 온다는 게 사실 어려운 일일 수도 있었습니다. 날씨 또한 무척 더웠고요. 그러나 애초 ‘두발로 데이’를 기획할 때 아이들이 조금 더 재밌게 참여할 방법을 논의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코스별로 색다른 이벤트를 준비했죠”

아이들은 재미로 참여했다지만, 두발로 데이 캠페인 주간이던 9월 첫 주 실제로 탄소 배출량은 14.2kg 줄었다. 고창초 학생들이 제대로 해 낸 것이다. 거기에 아이들의 초등학교 때 추억은 덤으로 얻었다.

❙ 가랑비에 옷 젖는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문현정 대표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혹은 녹색어머니회와 학부모회를 운영하면서 가슴으로 와 닿았다는 말이라고 한다.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계속되면 무시할 수 없을만큼 큰 성과를 거둔다는 의미는 곧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적용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현 교육 시스템은 안전 교육이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횡단보도에서 빨간 등이 들어오면 멈춰야 한다고 인지하는 건 어려서부터 안전 교육이 적절하게 투입되었기 때문이죠. 환경교육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두발로 데이 캠페인을 기획할 때 북극곰 이벤트, 잔반 없는 날 등의 프로그램을 섞었죠”

캠페인 당시 고창초 야외 생태 교실에는 ‘북극곰 이벤트’가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지구 온난화로 생이별을 한 아이 북극곰과 엄마 북극곰이 주인공이 돼 이들을 서로 만나게 해 주는 게 긍극적인 목표다. 학생들은 전시를 보며 사전에 지급된 스티커로 북극의 얼음을 채우며 북극곰 가족의 상봉을 돕는다.

또한 월요일과 금요일을 ‘잔반 없는 날’로 정해, 잔반 없이 점심을 마친 학생들에게 스티커를 나눠주고 이를 각 반에서 모아 가장 많이 모은 반을 선정한다. 잔반 실천을 가장 잘한 학급에는 아이스크림이라는 포상이 주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기후 위기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볼 시간을 가졌으며, 자신들의 작은 실천이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임을 몸으로, 피부로 느꼈다.

고창초는 경기도교육청 탄소중립 생태환경 모델학교다. 올해 처음 운영되는 탄소중립 생태환경 모델학교는 지자체‧유관기관이 협력해 환경교육 과정 모델을 만들고 지역 환경교육 협의체를 구축해 지역 내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확산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렇게 막중한 임무를 맡은 만큼 고창초에서 실시한 ‘두발로 데이’ 캠페인은 단순 캠페인으로 끝나는 게 아닌 김포 지역 내 각급 학교는 물론 범 시민운동까지 확산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문현정 대표는 두발로 데이 캠페인에서 보인 아이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캠페인을 같이 진행한 학부모회 회원들과 캠페인에 두말없이 동참해 준 학부모님들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고 전한다. 무엇보다 학교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에도 감사를 잊지 않았다.

그들의 작은 움직임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우리 생활에 고착된다면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는 쉽게 희망으로 바뀌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