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 ‘틀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이다. 형용사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를 의미한다. 흔히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우리는 적지 않게 혼돈해서 사용한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장애인’과 ‘이주민’ 그리고 ‘성소수자’ 등을 대할 때 ‘그들은 우리와 틀린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지극히 잘못된 표현으로 사회적 오류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삶의 형태가 다를 뿐 그들의 틀린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촌읍에 있는 책방 <민들레와 달팽이>는 이러한 사회적 오류를 벗어나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채워진 공간이다. 그 중심에는 책방지기이자 민들레 교회 김영준 목사가 있다. 이번 씨티21뉴스 인터뷰의 주인공이다.

▲ <민들레와 달팽이> 김영준 민들레 교회 목사.

❙ 책방, <민들레와 달팽이>는?

양촌읍 양곡2로60번길 34. 우리동네 책방 <민들레와 달팽이>가 있는 곳이다. 이 지역은 다세대 주택 단지로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삶을 다양하게 사는 곳으로 <민들레와 달팽이>는 2016년 이곳에 정착한다.

옹기종기 모인 다세대 주택들 사이로 소박하게 들어서 있는 책방에 들어서는 순간 신세계를 보는 듯, 황홀경에 빠진다. 이유인즉슨 2층과도 같은 1층 벽면에 천정의 높이만큼이나 키가 큰 서가, 서가 안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다양한 책과 사연이 녹아 있는 듯한 소품, 그리고 그 분위기에 젖은 재즈가 이방인을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황홀경에 빠져있던 이방인을 반기는 건 책방 <민들레와 달팽이> 김영준 민들레 교회 목사다. 몇 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 ‘발달장애인 자조 모임’이 한창이어서 인상 깊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이곳에서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밟던 발달장애인이 인근 카페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었다.

“사실, <민들레와 달팽이>는 민들레교회와 협동조합 달팽이학교가 함께 운영하는 책방입니다. 달팽이학교는 민들레교회의 선교 프로젝트 이름이었는데, 2021년 협동조합으로 조직화했죠. 민들레는 여기저기 흩어져 낮게 피며, 달팽이는 작은 집을 맨 채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낮은 자리에서 느리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책을 읽고, 대화하고 작당하는 공간을 기대하며 책방 <민들레와 달팽이>가 시작되었습니다”

▲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윤미화 자수공예전문가에게 바느질과 자수를 배우고 있다.

❙ 발달장애인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그들의 공간_민들레와 달팽이

엊그제, <민들레와 달팽이>를 베이스캠프로 삼고 있는 두 팀이 남산 투어와 영화관람을 각각 다녀왔다. 모두 주체인 발달장애인이 결정에 의한 것이다.

“이 모임은 비장애인이 발달장애인을 위해서 꾸린 모임이 아닌, 발달장애인이 주체가 되는 모임입니다. 학교에선 발달장애인을 위해 선생님이 정한 수업을 진행합니다. 복지관에선 발달장애인을 위해 사회복지사가 결정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죠. 가정에선 부모 등 가족이 결정한 돌봄을 베풉니다.

비장애인이 발달장애인을 위해 수많은 결정하기에, 발달장애인이 결정하는 기회는 쉽지 않습니다. 발달장애인 자조 모임은 비장애인이 발달장애인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의 조력을 받아 스스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모임입니다.

발달장애인이 주체로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건 자칫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장애인 가족들이 자조 모임을 염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위험을 경험하지 않고 실패를 겪지 않은 채 인생을 살 순 없습니다. 발달장애인도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위험하기도 하고, .

자조 모임은 이러한 과정을 염려하는 비장애인 가족들과 함께 공부하고 설득하면서 꾸려가고 있습니다. 위험하고 염려되는 발달장애인 자조 모임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민들레와 달팽이>에서 비장애인 가족을 비롯한 발달장애인 자조 모임 조력자들을 위한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해왔고, 비장애인 조력자, 장애인활동지원사 등이 함께 영상과 책을 통해 ‘장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장애학 외에도, 매주 수요일 저녁엔 페미니즘, 도스토예프스키, 성서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 매월 두번째 수요일 도스토옙스키 책을 낭독한다. 사진은 이은경 교수가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죄와벌>에 대한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채운 공간_민들레와 달팽이

책방 <민들레와 달팽이>가 정착하게 된 데에는 두 가지로 분석됐다. 첫 번째는 건물주의 배려 덕이다. 건물주는 이 공간을 무상으로 내주고, 이 공간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표현은 이럴 때 사용함이 마땅해 보인다.

다른 하나는 조금은 느리지만 주어진 삶을 영글게 하려는 사람들이 <민들레와 달팽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우리와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세상을 채우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말이다. 마치 책방 <민들레와 달팽이>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처럼 우리 사회에서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 공간을 채우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책방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이주여성들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습모임이 활발했다. 결혼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거주하게 된 이주여성들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부딪치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검정고시라는 사회적 제도로 뛰어넘고자 매주 토요일 3시간씩, 한마디로 열의를 다해 학습했다고 한다. 그리고 일부는 대학 진학까지 이어졌다.

조금은 늦지만, 사회를 향해 천천히 다가서려는, 달팽이와도 같은 이들. 이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흩어져 있고, 이들의 더딘 발걸음을 낮은 자세로 지지하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 공간이 동네에 있는 책방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 비단 <민들레와 달팽이>만의 전유(專有)는 아닐 것이다.

▲ 양곡에 있는 책방, <민들레와 달팽이>.

❙ ‘나다운 모습’으로 채울 민들레와 달팽이를 기대하며…

김영준 목사에게 마지막으로 다음 계획을 물었다. 그는 기회가 되면 다양한 성소수자와 공유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오는 10월, 허호익 전 대전신학대학 교수의 저서 「동성애는 죄인가」를 기반으로 이곳 <민들레와 달팽이>에서 의미 있는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외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5%는 성소수자다. 이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 중 1명은 성소수자라 추정할 수 있다. 이를 우리나라 인구에 대입해보면 233만명 정도이며, 대전광역시 인구수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로 자신을 드러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데,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 때문이라는 지적이다(자료=국가권익인권위원회 웹진/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들어줄 때_이호림 활동가).

김 목사가 성소수자와 공유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의 ‘나다운 모습’으로 사는 방법을, 그들을 그들다운 모습으로 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말이다.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믿는다면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의 벽도 당당히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그 벽을 넘고 자신이 바라는 세상에서 높이 날 수 있는 그날…. 그들과 함께 웃을 그 날을 <민들레와 달팽이>와 함께 기대해본다.

▲ '하루한줄' 글쓰기 수업 중인 김영준 목사(가운데 서 있는 이). 이 수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