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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할머니가 전하는 우리만의 ‘무릎 교육’[인터뷰] 무릎교육으로 세대 간 단절을 극복하는 우리동네 이야기 할머니 심재원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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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7.10  16: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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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대청마루에서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던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은 더위를 잊게 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이때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대부분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로 시작하는 옛날이야기 시리즈였다.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는 옛 어른들의 삶의 지혜와 교훈을 담고 있어, 아이들의 인성을 길러주고, 정서적 함양에 도움을 줬다. 우리는 이런 교육을 ‘무릎 교육’이라 하는데, 우리만이 갖는 아주 독특한 문화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 ‘무릎 교육’의 의미는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그 명맥을 잇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문화관광체육부(문체부) 공채(?) 출신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다. 이들은 과거 손주를 무릎에 앉히고 ‘옛날에, 옛날에’를 속삭이던 그 살가운 전통을 되살리고자 유아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간다. 이번 씨티21뉴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 심재원 이야기 할머니.

■ 반갑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심재원입니다

“안녕하세요! 김포권역에서 지난 2019년부터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고 있는 심재원입니다. 반갑습니다”

지난 목요일 마산도서관 1층 유아자료실, 인근 어린이집 원아들이 도서관 나들이로 한창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이들은 미동도, 소리도 없이 일제히 이야기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에 쏙 빠져있다. 뭐가 그리 재밌을까? 살짝 귀 기울여보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이들을 얼음으로 만든 듯하다.

이야기가 끝나자, 더 듣고 싶다는 아이, 이야기 후속편까지 이야기해달라는 아이, 그리고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질문 등에도 심재원 이야기 할머니는 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응대한다. 왜?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소중한 아이들이니까 말이다.

“제 아이들을 키울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들곤 합니다. 이야기 할머니 교육으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유아 시절에 듣는 많은 이야기는 아이들의 정서는 물론 인성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뒤돌아보니 그때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 이야기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에 푹 빠져있는 아이들.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심재원 할머니는 지난 2018년 문체부가 전국단위로 모집한 ‘제10기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공고에 도전장을 낸다. 할머니는 김포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 말벗할 이웃도 변변히 마련하지 못한 시기였기에 용기를 냈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심재원 할머니에게 ‘합격’이라는 낭보가 찾는다.

문체부는 2017년 당시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를 전국에서 550명을 선발했다. 나름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야기 할머니에 선발됐지만, 현장에 바로 투입되는 게 아니다. 이들은 2박 3일의 집합교육 24시간과 권역별로 진행되는 월례교육 6회 48시간 등 총 72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비로소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1년을 교육 등으로 보내고 2019년 본격적으로 이야기 할머니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교육받을 때는 아이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자주 상상하고, 기다리고, 기대했지만, 막상 아이들 앞에 서니 어찌나 떨리던지…"

평소 긴장감을 멀리하고 사는데, 그날 어찌나 긴장했는지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피식’ 웃음부터 나온다고 한다. 그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구연’이나 ‘동화책 읽어주기’ 활동과 이야기 할머니 역할의 차이는 무엇일까?

   
▲ 차분하고 다정한 음성으로 아이들과 교류하는 심재원 이야기 할머니.

■ 동화구연, 동화책 읽어주기 그리고 '무릎교육'

동화구연은 한 사람의 연기자가 동화의 내용을 형상적 화술로 표현하는 것, 즉 예술적 행위이며, 동화책 읽어주기는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줌으로 인해 문학작품을 함께 나누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지식과 언어발달에 도움이 되며, 더 나아가 감성과 느낌을 나눌 수 있다.

반면, 이야기 할머니들의 활동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무릎 교육’을 전재한다. 즉,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이야기를 듣듯 이야기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들음으로 정서적 교감은 물론, 유아들에게 이야기 속 주인공을 통해 올바른 인성을 심어줄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저 친족으로만 생각한다고요.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자랄 때와는 다르게 대가족에서 핵가족, 그리고 1인 가구 등으로 가정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할머니의 말처럼 몇 해 전, 한 기관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가족이라 생각하느냐?’는 설문을 진행한 바 있다. 이 물음에 3/4에 해당하는 청소년이 가족으로 볼 수 없다고 답했다. 설문 기관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10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고 분석했다.

■ 조부모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세대간 단절 극복 프로젝트

우리나라 가족문화의 현주소를 반영한 설문 결과에 다소 씁쓸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변했으니, 우리도 변하는 게 현명하다. 다만, 옛것을 그대로 전승하는 게 아닌 요즘 시대에 맞게 이어지도록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야기 할머니들의 활동은 세대 간 단절을 극복하고 이를 통해 조손 세대의 문화적 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야기 할머니를 만나는 유아나 학부모 그리고 유아 교육기관 등에서의 반응은 어떠할까? 문체부의 자료에 따르면 이야기 할머니 사업으로 유아와 학부모, 교육기관 등의 만족도가 높아 지속적인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어르신 삶의 자긍심 회복과 세대 간 소통이 강화됨에 따라 사회문화적 효과가 높다는 평가다. 이는 심재원 할머니도 인정하는 바다.

“이 활동을 시작하고는 제 삶이 충만해졌습니다. 아이들을 만나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설렘의 연장입니다. 또 길을 가다 ‘이야기 할머니다!’라며 제게 달려들어 안기는 아이들, 부모에게 저를 소개해 주는 아이들… 늦은 나이에 너무도 감사한 일들이죠”

   
▲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질문에 응대하는 이야기 할머니.

■ 이야기 할머니, 그 이상의 사회적 공헌

이렇게 이야기 할머니로 익어갈 무렵인 2022년. ‘제15기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선발에 앞서 모델이 되어 줄 수 있느냐는 문체부의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는다. 고민은 했지만, 이 또한 이야기 할머니의 역할 중 하나라는 생각에 수락하고, 심재원 할머니는 카메라 앞에 선다.

할머니는 지난해 5년의 임기를 마치고 연장평가를 받아 올해부터 앞으로 3년간 더 활동할 기회가 주어졌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약 6년간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어렵고 힘들던 경험, 좋았던 기억 등도 많을 터. 그러나 심재원 할머니는 매일매일 즐거운 아이들을 만나는데 어렵고 힘든 게 뭐가 있겠나?라며 한 아이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지적장애를 안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일반 아이들은 이야기가 시작되면 집중하는데, 그 아이는 큰 소리를 내기도 하고, 이곳저곳 이동하는 등 도통 이야기에 집중할 줄 몰랐습니다. 결국 교사가 아이를 데리고 교실 밖으로 나갔죠. 그리고 이야기 시간이 마무리됐는데, 밖에 있던 아이가 살며시 다가오더니 제게 안기는 겁니다. 당시 마음이 울컥했죠”

장애는 장애일 뿐, 아이들은 다 같이 소중한 아이들이다. 보이는 대상과 균형과 조화를 이뤄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우리 이야기 할머니들의 마음으로 그들의 호칭 앞에 형용사인 ‘아름다운’을 넣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 심재원 이야기 할머니가 실감나는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심재원 할머니는 김포로 이사와 좋은 일만 생겼다며, 김포는 축복의 도시라 믿는다. 또 축복의 도시에서 노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야기 할머니들을 김포시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김포만의 가족 공동체를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현재 우리 사회는 개인의 관심사와 직업이 다양해지고 물질화와 산업화에 따라 가족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삶을 산다. 그러나 가족의 해체는 국가의 존립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인성적으로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람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하기 전에 심재원 할머니의 조언처럼 유아 교육기관에서, 혹은 도서관 등에서 이야기 할머니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우리나라만이 갖는 아주 독특하고 특별한 ‘무릎교육’을 말이다.

   
▲ 심재원 이야기 할머니는 제15기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포스터 모델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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