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소회(三笑會)는 가톨릭과 성공회의 수녀, 불교 비구니, 원불교 정녀(교무) 등 여성신앙인들이 모여 1988년에 창립한 단체 이름이다. 이들 회원 16명은 2월 5일부터 2월 23일까지 18박 19일의 성지순례를 마치고 귀국했다. 이들은 이번에 불교의 성지 인도의 바라나시의 사르나트를 방문했고 티벳트의 종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알현했으며 기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과 나사렛을 방문했고 로마에서는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동행해서 취재한 기자들의 보도에 의하면 가톨릭 수녀는 타종교인과 같은 방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관습을 깨고 비구니와 같은 방을 사용하기도 했고 함께 탑돌이를 할때는 비구니와 원불교 교무들이 합장하고 절을 할 때 수녀들은 자리에 앉아 묵념으로 예를 표했다고 했다. 그리고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겟세마네 동산에 있는 성당에서는 회원들이 함께 기도를 했고 원불교의 한 교무는 예수님의 사랑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감동적이다. 

나는 몇 년 전 이들 삼소회 회원들이 출가(出家) 당시의 이야기를 모아 출판한 ‘출가'라는 책을 읽은 일이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이들이 구도의 길을 떠나기 까지는 많은 사연이 있었고 딸들의 출가를 막으려는 그들 부모님들의 반대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되어있다. 최형일 교무는 출가를 고집하다가 아버지의 주먹세례를 받기도 했지만 막상 그가 집을 떠날 때는 아버지가 돌아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혜명 스님은 자신이 출가한 후, 곧바로 병석에 눕게된 아버지께서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1년 만에 작고하게 되어 두고두고 회한이 된다고 했다. 진명스님의 아버지는 딸이 출가한 후 몇 년 만에 딸이 머물고 있는 암자로 찾아와 딸의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간 후 3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한정되고 유한한 공간에 집을 크게 짓고 어리석은 부자로 살기보다 무한정의 공간에 영원한 마음의 집을 튼튼히 지을 줄 아는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라고 설파하고 있다.

이래서 출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는 더욱 더 그러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서산 대사는 선가귀감이란 법문에서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은 어찌 작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편안함과 한가함을 위해서가 아니며 따뜻한 옷을 입고 배불리 먹으려는 것도 아니며 명예와 재산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오직 생사의 괴로움을 벗고 번뇌의 속박을 끊고 부처님의 지혜를 얻고 중생을 건지려고 함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종교에 귀의하게 되면 다른 종교인들과 교제를 한다는 것은 점점 어려워진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담이 두텁게 쌓여간다. 그래서 자기만의 신념에 억매이게 되고 추상적인 사변에 사로잡히게 되어 더욱 더 배타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같은 위험을 극복하려고 하면 타 종교인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이때 교리 논쟁보다는 서로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삶과 관련된 주제들이 좋은 메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의 종교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나 선입관을 떠나서 보다 학구적인 자세로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기독교인이 불교나 타종교의 교리를 알아서 손해 볼 것도 없고 타 종교인이 기독교의 교리를 알아서 손해 볼 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함께 선을 실천하는 것이다. 종교의 진리성은 선을 실천함으로 입증되는 것이다. 종교인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이루어 선을 실천할 때 상대가 적이 아니고 협력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것이고 이같은 인식의 토대위에서 화합과 평화가 꽃피게 될 것이다. 그래서 독일의 극작가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1729-1781)은 그의 희곡 ‘현자 나탄’에서 “기독교인이나 유대교인이나 이슬람 교도이기에 앞서 우리는 인간 형제가 아닙니까? 관용과 인본주의 없이는 인간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공존할 수 없다”고 선포했다.

종교적 진리는 이 세상의 논리로 그 진리성을 증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믿는 종교가 진리라고 하면 그 증거를 보여야 한다. 불교인들은 자비를 보여야 하고 기독교인들은 용서와 사랑을 보여야 한다. 유교를 믿는 자들은 인을 보여야 한다. 아무것도 보여줄 것이 없다면 전통성 있는 종교라고 해도 감히 진리라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종교는 철학과 달리 이론보다 실천이 중요시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더 큰 선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협력할 필요가 있다.

지금 세계는 종교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종교가 인간과 인간 사이를 갈라놓고 있어 우려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앞으로 예상되는 세계적인 전쟁의 원인은 민족주의와 종교문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종교 국가이면서도 종교간의 갈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종교의식보다 민족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다른 종교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국민성이 그 주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편협한 정치논리에 따라 보혁간,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남녀간에 극심한 대립과 분열이 일어나고 있고 전부가 원수처럼 변해가고 있는 마당에 종교 분야만 온전할 것이라고 언제까지나 안심할 수 없는 일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때 삼소회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병폐와 종교의 한계성을 뛰어넘어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