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산성은 정묘호란(1627년)과 병자호란(1636년)을 겪은 후 강화도의 방어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숙종 19년(1693년) 11월 쯤 축성공사를 시작하여 이듬해 9월 초에 완공을 했다고 한다. 훈련도감과 어영청, 금위영의 군사들이 10개월이라는 단기간 내에 험준한 산등성이에 6,201m나 되는 대규모 산성을 쌓았고, 그 면적이 무려 64,000평이나 되는 대역사였다.

그후 1812년 대대적인 중수(重修)가 있었으나 병인양요 때인 1866년 10월 26일 프랑스군의 침공을 받아 점령당하는 바람에 남문과 부속건물 등이 모두 불에 탔고 이때부터 산성의 훼손은 시작되었다고 짐작이 간다. 일제 강점기에 갑곶리 선착장을 옮기면서 성돌이 보강공사를 위해 쓰여졌다는 이야기도 있고, 1930년 경에 당시 대지주였던 분이 성동리에 대궐같은 기와집을 지으면서 문수산성을 헐어 성돌로 지하실을 축조하고 주춧돌과 댓돌로 썼다가 문화재 훼손범으로 일경에게 붙잡혀가 많은 벌금을 내고 풀려났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외에도 성돌이 민가의 주춧돌로 쓰여진 경우는 다반사이고, 6·25 전란 이후에는 주둔군의 환경미화를 위한 시설물 구축에 쓰여지기도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문수산성은 주인이 없었다. 얼마나 수치스러운가. 산성을 쌓은 선현들의 영혼이 통곡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문수산은 웰빙 붐을 타고, 오르는 뭇 등산객들로 인하여 흙먼지를 뿜어대고 있다. 성처투성이에다가 지치고 병든 모습이다. 그러나 문수산은 정기 넘치는 산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맥이 백두대간 큰 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뻗어 있으나, 문수산만은 한남정맥에서 북쪽으로 이어 솟아 올랐다. 북쪽으로 뛰쳐 오른 산은 문수산 뿐이다. 그래서 김포반도를 정이 넘치는 남자로, 강화도를 윤기를 머금고 있는 여자로 비유하는 화자도 있다.

문수산 사랑운동으로 우선 실천해야 할 것은 첫째, 김포시는 우기가 다가오기 전에 남아문까지 뚫린 신작로에 대한 사방공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돌산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본래 모습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성돌과 잔돌 모으기 운동의 전개다. 앞으로 계속되는 성곽보수 공사에 사용될 수 있도록 등산객이나 각종 산악회원들은 등산로 주변의 돌을 한개씩 날라 남아문 위의 헬리포트장 주변에다 모으는 일을 꼭 해야 한다. 그래야만 산성복원이 역사적으로 또다른 호국의 도장으로서 의미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성동리 산 36-1번지에 소재한 문수산 정상(376m)의 장대복원 공사는 다른 성곽복원·보수 공사보다 우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국방의 중요성은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나 문화유적을 뭉개고 군사시설을 한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군 당국과 협의하여 좀 불편이 따르더라도 아래 첫번째 헬리포트장을 이용하고 정상의 헬리포트장을 폐쇄하여 장대지 유적을 보호함은 물론 장대를 복원하여 문수산의 맥과 정기를 지켜야 한다.

넷째, 문수산의 정화사업이다. 성동리 산 37번지에 있는 문수사 대웅전 외에 요사채가 가건물 형태로 난립되고 있는 점은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다섯째, 호국의 유적이 있고 테마가 있는 산으로 가꾸어 나아가야 한다. 문수산은 진달래, 철쭉과 벚나무가 잘 자라는 산이다. 연차별, 단계적으로 진달래, 철쭉 군락지를 조성하여 축제의 장을 만드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병술년 새해에는 문수산의 정기를 되찾아주는 원년으로 삼고 시민 모두가 산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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