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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하마드를 풍자한 만화(cartoon) 때문에 지금 세계가 초 긴장상태에 돌입해 있다. 이번 사건은 덴마크 최대 일간지
율란츠 포스텐지가 지난해 9월 30일자 신문에 무하마드를 풍자한 만화 12컷을 게재한데서 발단이 되었다.
문제가 된 만화의 내용은 폭탄모양의 터반을 쓴 무하마드가 구름 위 천상에서 폭탄테러로 숨진 자들을 맞이하는 장면이다. 이때 무하마드는
“그만그만, 이제 선물로 줄 처녀가 다 떨어졌다”는 말로 풍자하고 있다.
자살폭탄 테러범이 천국에서 순교자로 인정받고 처녀를 선물로 받는다는 교리를 조소한 것이다. 이 풍자만화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에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슬람교에서는 창시자 무하마드나 유일신 알라를 회화화해서는 안된다는 교리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번 풍자만화를
신성모독이라고 생각한다.
이슬람에서의 신성모독은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다. 특히 이 풍자만화가 무하마드를 테러리스트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을 크게 화나게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레바논에서는 과격한 이슬람 교도들에 의해 덴마크 대사관이 불탔고
시리아에서는 덴마크 대사관과 노르웨이 대사관이 시위대의 방화로 불타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항의 시위대가 총격전을 벌여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이란은 덴마크와의 국교를 단절하고 덴마크 상품 불매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이란과 시리아 등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어 아랍권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번 사태를 세계 다수 언론은 이슬람교와 기독교 문명의 충돌로 몰아가고 있다. 너무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두 종교 사이에는
역사상으로 충돌도 있었고 문화의 차이도 있다. 11~13세기에 이르러 이슬람 제국인 오스만 투르크가 세력을 서쪽으로 확대함에 따라 이에 불안을
느낀 서구가 십자군을 일으켜 성지를 회복하려고 했던 일도 있다. 지금도 영국 노팅험 성 아래쪽에는 십자군을 모병할 때 사용한 토굴이 있다.
군사상의 비밀과 안전을 위하여 토굴을 만들어 그 속에서 용의주도한 작전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제국주의 시대에 있었던 지나간 역사에 불과하다. 11~13세기에 있었던 일로 21세기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싸워야 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기독교는 침략행위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는 다른 사람이나 종교를 모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성경은 “생명을
사랑하고 좋은 날 보기를 원하는 자는 혀를 금하여 악한 말을 그치며 그 입술로 궤휼을 말하지 말고 악에서 떠나 선을 행하고 화평을 구하여 이를
좇으라”고 하였다.
이번 풍자만화는 이슬람 신자라고 하면 누구나 모욕을 느낄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언론 자유의 정도를 벗어난 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언론
자유도 중요하지만 그 자유가 선의의 제3자에게 불이익이 되거나 모욕을 느끼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신앙의 자유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또한 기독교는 다른 문화를 배척하지 않는다. 지금 서구사회는 이슬람권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고 이슬람 문화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것이 고조되어
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무슬림 여학생들이 머리에 쓰는 헤자브(hijab)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독일 연방법원도 지방 정부가 공립학교에서
헤자브 사용금지를 골자로 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같은 결정을 꼭 기독교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헤자브를 사용하고 안하고는 그들의 풍속에 관한 문제다. 기독교는 개인의 의상문제까지
간섭하지 않는다. 다만 건덕에 방해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살펴볼 때 이번 충돌이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
충돌이라고 하기 보다는 서구 인문주의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슬람 사이에 일어난 갈등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문제의 해결은 첫째, 이슬람측이 교리를 현대에 맞게 해석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정교분리가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종교와 국가가 추구하는 이상이 상당부분 일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교와 국가권력이 혼합됐을 때 그 권위로 인한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기독교가 중세시대에 체험했던 것이다.
그리고 종교도 언론의 합리적인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교황의 말 한마디로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던 중세시대에도
교회에 대한 비판은 있었다. 에라스무스(1466~1536)는 교황을 비판하며 성직자들의 위선을 풍자하고 잘못된 교리를 조소했다. 그 결과로
마틴루터의 종교개혁 운동이 힘을 얻게 되었고 로마 카톨릭 교회 내부에서도 변화와 개혁이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저서 우신예찬은
지금도 유명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풍자만화가 이슬람 개혁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면 실보다 득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서구 사람들은 이슬람
문화를 무시하지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나와 다르다고 상대를 무시하는 것은 반 문명적이다.
셋째, 어떤 경우도 종교인이 먼저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상대가 부당하게 폭력을 행사할 때 정당방위로 대응할 수 있겠지만
정당방위도 그 한계를 넘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슬림들의
폭력행위는 자제되어야 한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이슬람 단체인 알 카에다의 공격으로 3,012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는 사실
하나만 해도 전체 무슬림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나빠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일부 과격단체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행위지만 건전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절대다수의 무슬림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인류는 각자가 양심에 따라 자기의 잘못과 자기 조상들이 저지른 잘못을 철저히 느끼면서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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