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10대 학생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교복을 입혀 등장시키는 방송 드라마도 흔하다. 스타에 환호하는 10대들의 교복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교복 제조사들은 앞다퉈 인기 연예인들을 모델로 기용해 뜨거운 판촉 경쟁을 벌이고 있다. 거액의  광고료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간다. 4년전 김포시학교운영위원협의회는 운영위별로 교복 공동구매를 시행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2002년 김포시학교운영협의회는 대형 교복제조업체를 상대로 입찰 경쟁을 유도해서 시가의 20% 선까지 가격을 낮춰 학부모들은 경제적 부담을 상당히 덜었다. 그러나 공동구매는 사후 애프터 서비스 등 후속 처리의 대책 부재로 지속성을 상실해 20만원대 동복 한벌을 16만원대까지 낮췄던 공동구매의 맥이 끊긴 상태다.

교복의 대표 브랜드인 S사와 I사가 자발적으로 제시한 10% 할인가(한벌 : 상하복, 셔츠, 혹은 블라우스 2장 포함)는 평균 19만원선이다. 김포에 대리점을 열고 있는 5개 브랜드사간의 가격은 1~2만원씩 차이나지만 10% 할인가를 적용해도 18만원을 상회한다. 자켓 소재가 고급스런 G중학교 교복가격은 10% 할인가가 22만원이다. 대량 생산하는 학생복과 일반 기성복을 비교할 때 상당한 가격 거품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올해 입학생 학부모들은 김포시민연합이 발급한 확인서를 제시하거나 10여명씩 공동구매하면 10~15% 할인가에 교복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할인가에 포함된 운동복의 가격이 품질과 무관하게 시내 운동복 전문매장 제품보다 1만원 정도 높게 책정돼 자체 할인율을 의심받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포시학교운영위원협의회 한 관계자는 "지역 대리점들도 결국 교복 제조사들과의 판매계약에 따른 마진율로 운영되기 때문에 나름의 애로가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학부모 단체가 공동 구매 형식으로 대리점을 압박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상거래 자율권 침해라는 대리점주들의 반발과 담합 행위에 대한 대처도 난제였다. 또한 구매 후 책임문제에 대한 일정한 규정이 없어서 임원들의 스트레스도 컸다"며 정책적인 해결방안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올해 나름의 공동구매 형식을 시도한 시민연합은 "가격이 비싼 동복 구매가 방학중인 1월과 2월초에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의 학교운영위원회 임원들은 이미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 관심이 덜해서 업체의 반발과 학부모들의 불만을 수용하는데는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시민단체로서는 첫시도로 시장 조사를 한 후 당초 타사의 가격에 견줘 10% 정도 높게 책정된 유명 브랜드 2개사에 대해 15% 할인가로 공동구매 합의를 이끌어내고 500여명이 혜택을 봤다. 관계자는 "만족한 수준은 아니어도 교복 공동구매는 학교운영위원회보다 시민단체 운동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해 하복 공동구매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몸짱 열풍', 라인 살리는 수선으로 커버

"학구파는 편안함을 추구하고, 멋을 좀 아는 애들은 라인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J고등학교 2학년 이모양은 교복 스타일로 '범생이'와 '멋쟁이'를 한눈에 구분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신입생 때는 멋모르고 크면 큰대로 입지만 2학년쯤 되면 자켓 품과 치마 기장 수선은 기본이라는 얘기다. 

학교 밀집 지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신입생 때는 생긴대로 그냥 입어요. 그런데 1년만 지나면 여학생들은 웃옷 허리를 딱 붙게 고쳐달라고 와요. 숨 못 쉴까봐 조금 넉넉하게 줄여주면 영락없이 다시와서 터지게 해달래. 이제 나도 척 보면 알아요. 두 번 일 시킬 놈 같으면 원하는대로 해주지 뭐. 여학생들은 고학년되면 치마도 기장과 폭을 줄이는데 까부는 놈들은 치마 길이를 무릎 선가지까지 올리려고 해요. 폭도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 불편할텐데 요즘애들은 라인이 살아야 한대. 남학생들은 좀 덜하지. 바지 폭을 줄였다 늘렸다하는 것이 고작이니까. 요즘은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기준이야. 작년까지는 발도 안 빠지게 쫄쫄이로 줄이더니 지금은 그렇게 좁게 줄이지 않아. 선이 살아야 한다나" 정씨의 '몸짱 신드롬' 설명은 적나라하다.
 
여학생 S라인 강조 '스타킹'으로 멋내

사우동의 한 수선집도 신학기만 되면 일감의 반 이상이 여학생 교복이다. "엄마와 딸이 교복을 들고와서 티격태격해요. 애은 딱 맞게 줄이려고 하고 엄마는 움직이기 편하게 조금 여유있게 고쳐달라고 하는데 결국은 엄마가 져요. 요즘 애들은 제 맘에 안들면 나중에 몰래 다시와서 제 맘대로 고쳐가거든요."

S고등학교 2학년 정모양과 친구들에게 동복치마가 겨울에 춥고 불편하지 않은지 물어봤다. "여자는 그래도 치마가 폼 나잖아요. 치마는 괜찮은데 스타킹이 문제에요. 방송에 보면 교복도 정말 폼나고 예쁜데 따뜻하고 세련된 반스타킹을 신는 것을 다들 부러워해요. 실제로는 그렇게 예쁜 교복과 양말을 신게하는 학교는 없을걸요. 비교되니까 열받죠. 그리고 살색스타킹은 검은색과 쥐색 교복에 안어울리잖아요. 살색은 다리가 두꺼워 보여서 안 신는게 나아요. 아예 벗고 다니거나 검정색 타이츠 스타킹을 입어요." 본인들이 입는 옷 스스로 결정하고 바꾸게 할 수 있는 법은 없는지 어떻게하면 가능한지 알려 달란다. 누가 결정했는지도 모르는 교복을 바꿀 수도 없는 것은 "어른들의 지나친 간섭이고 통제"라는 불만도 털어놨다. 

G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진모양은 "추운날 치마만 입으라고 하면 춥고 불편하겠지만 선배들 보면 자율학습 시간엔 치마 속에 체육복 바지를 입어도 괜찮고 여름엔 흰색 계열 티셔츠를 허용하기 때문에 편해보여서 얼른 상급반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내에서 교복만 고집하지 않고 일정 기준하에서 학생들의 자유를 허용한 경우다. 학생들의 입장을 존중한 제도적 유연성이 확인되는 부분이다.

남학생들은 추운 겨울에도 어깨를 움츠리면 움츠렸지 학교에서 허용한 코트 등 보온용 겉옷을 입지 않으려 한다. 

S고교 2학년이 되는 김모군은 “대부분 2학년 올라가면 바지를 유행에 따라 수선하는데 그래서 추워도 코트는 안 입는다." 바지 라인을 가리고 '범생이'로 오해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는 멋을 따지지 않으니까 코트를 입어도 고등학생들은 너무 추우면 바지 라인을 죽이지 않는 점퍼로 족하다. 누가 뭐래도 '폼생폼사'다. 

교복이 학생다움의 상징이자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매개라는 평가는 예전과 다름없다. 너무 튀면 소위 '날라리'로 낙인 찍히지만 서로 같은 듯 다른 모습이고 싶은 욕구는 변함이 없다. 같은 스타일과 색상의 교복을 입고도 달라보이려는 10대들의 욕구 표현이다.
 
14년째 교복 디자인을 담당해 왔다는 한 디자이너는 "학생들이 교복을 사자마자 어깨를 좁아 보이게 하기 위해 어깨에 넣은 패드를 빼버리고 하루종일 앉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허릿단에 고무밴드를 넣어 수선한다는 말을 듣고 멋과 편함을 동시에 만족하는 옷을 고안하려 애쓰고 있다"고 한다. 10대들이 멋뿐 아니라 편함도 추구한다는 반영이다.

10대들의 교복문화에 대해 G고 이모 교사는 "교복의 변형은 학생들 취향이라기 보다는 업체들이 그때그때 유행을 반영해 디자인을 바꾸기 때문”이라며 "사회 전반적으로 청소년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교사들도 오랜 시간을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좀 더 편하게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체육복 활용을 허용하고, 여름에도 교내에서는 흰색 계열 티셔츠를 입도록 배려한다"고 말해서 경직되고 획일화된 과거 교복문화 대신 학생생활 중심의 유연성 추세를 대변했다.

지나친 상업성 경계하고 실속 소비를

올해 김포시민연합은 시내 5개 교복 브랜드 대리점 대표들과 협의하에 회원 자녀들에 대해 교복가의 10~15% 개별 할인을 협의하고 회원공동구매 행사를 주관했다. 관계자는 연합회를 통해 500여명이 교복가의 10%이상을 할인받고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리점 측은 "5명 이상 공동 구매하는 모든 학부모들에게 10%를 할인해주겠다"는 제안은 연합회의 공동구매 활동과 상관없이 대리점들이 먼저 제안했다"고 밝혀 입장 차이를 보였다.      

고교 입학생 학부모 P씨는 "아이가 선호하는 I사 제품을 10% 할인받아 19만원에 맞췄는데 성인복보다 교복 가격이 배 이상 거품이 낀 것 같다"고 말했다. P씨는 "학교에서 학부모들의 불만을 수렴해서 공동 구매를 정착시켜야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업체간 답합을 저지할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업계가 내놓은 이른바 ‘10대 맞춤형 교복’은 학생들의 취향을 분석해서 고안한 것일 뿐 교복값을 지불하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업체가 사은품이나 연예인 광고비로 쏟은 비용이 교복 값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상업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입학생 학부모 일반의 바람이다.

중학교 2학년에 진급하는 아들을 둔 학부모 J씨는 한 해 사이 키가 훌쩍 자라 동복 바지를 낱개로 구매하려니 매장에 사이즈가 없을 경우 5만원이라고 했다"며 "어쩔 수 없이 사겠지만 재질도 좋지 않은 바지 한 장 값이 이월된 유명 브랜드 남성복 한 벌값과 맞먹는 것은 화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예비중학생 박모양은 “친구들과 의논해서 좋아하는 연예인이 모델인 브랜드 구입을 약속했는데 엄마가 이웃 아줌마들과 상의해서 품질이 좋은 다른 제품을 선택해서 속이 상했다"며 친구들과 같은 브랜드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을 무시한 엄마의 선택을 아쉬워했다.

기자도 지난해 아이의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이는 유명 가수가 모델인 제품 구입을 원했지만, 같이 매장을 돌며 품질을 비교하고 입어 본 후 가격과 상관없이 육안으로도 품질이 비교되는 타사 제품을 선택한 적이 있다. 입학 후에도 친구들과 비교해보니 잘한 선택임을 스스로 확인한 아이는 하복도 친구들과 어울려 매장을 돌아보고 대동 소이한 가격을 비교하는 대신 재질도 비교하고 친구들과 의논해서 선택했다.

화려한 광고와 운동복, 무릎덮개, 고대기, 휴대폰 등과 같은 사은품으로 유혹하는 업계의 상술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부모가 직접 아이와 함께 여러 매장을 둘러보고 냉정하게 품질을 비교한 후 실속을 따져 구매하는 것이 거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