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인간 배아 줄기세포 이야기는 지금까지 신물이 날 정도로 들었다. 줄기세포를 만들지도 못했으면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논문을 조작한 일이며 우리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온 세상을 속인 일은 학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그가 최근에 와서는 “인간의 유전자가 주입된 무균 미니 돼지의 체세포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실험이 최종적으로 성공하면 무균 미니 돼지의 심장이나 간 등 돼지의 장기를 거부반응 없이 인체에 이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배아 줄기세포 배양 성공이라는 그의 말을 믿었다 속은 국민들은 좀처럼 액면 그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다. 또 다른 속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인간배아 줄기세포가 없다면 이 분야의 원천기술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것이 다른 한편의 바람이다.

지금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배아줄기세포 이야기가 아니다. 황우석 교수가 줄기세포 연구에 이용한 무균 미니 돼지 이야기다. 이 돼지는 재미 한국인 의학자 김윤범 교수가 197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서 기르다가 2003년 황우석 교수팀에게 24마리를 기증한 것이다. 이 무균 미니 돼지는 어미 돼지의 면역세포가 태아 돼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을 착안해 제왕절개 방법으로 생산해서 무균실에서 키운 깨끗한 돼지를 말한다. 일반 돼지는 아무리 깨끗한 환경에서 키워도 돼지 유전자에 바이러스가 들어 있어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이같은 사실을 알게되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째는 이 무균미니돼지처럼 우리 인간도 질병과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살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나의 생각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불가능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국민이 유리 온실 속에서 살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유리 온실 속에서 산다고 해도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국방을 철저히 해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질병관리를 철저히 해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후진 국가일수록 정부가 질병관리와 사회안전관리를 제대로 못해 집단 희생자가 빈발하게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무균미니돼지만큼은 아니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질병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안전한가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둘째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무균미니돼지처럼 질병과 범죄에 감염되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 국민들은 사회 병리에 너무 쉽게 감염되고 있다. 최근 황우석 교수 연구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를 보면 횡령금액이 24억 9871만원, 회계 부정처리 금액이 47억 5960만원 합계 72억 5831만원이라고 했다. 국민이 낸 혈세가 이처럼 부정하게 쓰이고 있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 같은 부정이 이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 교육 기관의 교수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점이 개탄스럽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물질보다 정신적 가치를 더욱 중시하는 가치관이 먼저 확립되는 것이다. 2월 6일 우리나라를 방문한 압둘 칼람(75세·오른쪽 사진) 인도 대통령의 모습은 검소하다 못해 초라하게 보였지만, 그의 겸손한 언행은 참으로 존경스럽게만 느껴졌다. 그는 우주 공학도로 1980년대에 우주 로켓트를 만들었고 1990년대에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두미사일을 만든 미사일 전문가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공관 뜰에 손수 허브를 심고 공작과 토끼를 키우면서 무욕과 내면의 성숙과 사랑을 강조하며 인도 국민을 위해 봉사해 온 애국자다. 우리는 이 분의 모습에서 진정한 교육자와 정치인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조금은 배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