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능으로 살아야 하나, 이성으로 살아야 하나?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동물은 언어가 없다. 그리고 인간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동물들은 문화가 없다. 또한 인간은 이성(理性)으로 살지만 동물은 본능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논리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 의하면 문화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물들에게도 문화가 있다고 말한다. 그 실예로 일본 원숭이들은 오물이 묻은 먹이를 그냥 먹지 않고 물에 씻어서 먹는가 하면 일본 까마귀들은 딱딱한 호두알을 입에 물고 고공에 올라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 떨어뜨린다. 낙하된 호두알이 자동차 바퀴에 짓눌려 깨어지면 땅으로 내려와 호두속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힘들이지 않고 쪼아먹는다. 그리고 북미산 독수리들은 동물의 뼈를 물고 하늘 높이 올라가 바위산에 떨어뜨린다. 딱딱한 뼈가 산산조각 부서지면서 그 뼈속에 들어있는 골수가 흘러나오게 된다. 이때 독수리는 공중에서 내려와 쉽게 만찬을 즐긴다.
 
이같은 동물들의 행위가 지능적이라고 해서 문화와 연관시키고 있지만 이는 창조적 사고에 따른 행동이라기 보다는 습관에 의한 본능적 행위의 일환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예를들면 사자가 인내심을 가지고 포복자세로 숨을 죽이고 먹이감을 향해 접근을 시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같은 본능적 행위가 비문화적이라고 해서 악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본능은 다만 본능일 뿐이다.
 
인간에게도 본능이 있다. 생식본능, 식이본능, 자기보호본능 등 인간속에 내재해 있는 본능은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인간에게는 양심과 이성이 있기 때문에 본능은 절제될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 보면 “만일 네 오른눈이 너를 실족케 하거든 빼어버리라... 만일 네 오른손이 너를 실족케 하거든 찍어버려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몸이 지옥에 던지우지 않는 것이 유익하니라” 라고 했다. 

이 말씀은 사람의 눈과 손이 악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리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눈과 손까지도 제거해야 한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이 말씀의 참뜻은 인간의 눈과 손이 없어지는 불행보다 범죄의 결과로 오는 불행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본능은 인간의 의지에 의해 절제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러나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 라고 하는 책에서 인간본능은 마음껏 펼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말하기를 인간의 욕망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자기 손가락이라도 찍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산다는 것은 인간을 보지 못하는 색맹에 불과하다고 했다. 카잔차키스의 이 말은 우리가 이성을 무시하고 본능대로만 살아야 한다는 본능주의를 찬양하는 말은 아니다. 인간의 본능을 죄악시하거나 묵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간의 문화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서 출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감성에 따라 살것인가, 이성을 따를 것인가 이다.
흔히들 인간의 감성은 천박하고 이성은 고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꼭 그러한 것만은 아니다. 감성이 무시된 인간을 한번 보라. 눈물도 없고 웃음도 없고 사랑도 없고 분노도 없는 그러한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이같은 아내, 이같은 남편과 함께 한평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끔찍하게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현대는 감성을 더욱 중시하는 시대가 되었다. 논리보다는 감성이다. 상품광고나 기업 이미지 광고도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선거운동도 감성이다. 따라서 후보자의 이미지가 중요시되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끄는 후보자를 보면 화려하지는 않아도 독특하게 인간적인 향기가 느껴지는 그러한 사람이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정치연설도 논리보다 감성에 호소할 때 더 잘 먹혀들어가고 있다. 특히 감성세대라고 할 수 있는 10~20대의 유권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략은 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가 이성과 합리적 정책을 무시하고 감성주의에 빠져들어갈 때 우리 사회는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고 돌이킬 수 없는 혼란과 갈등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지도자를 선택할 때는 부드러움과 완강함이 잘 조화되고 인격도야와 능력을 겸비한 사람, 그야말로 절제의 미학이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 같다.

끝으로 생각해야 할 점은, 인간은 미래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동물은 미래의식이 없다. 동물의 세계에는 현재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같은 판단이 너무나 인간중심적이고 편향적이라고 비판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동물들도 미래의식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개구리는 비가 오려고 하면 우는 습성이 있고 철새들은 추위와 더위가 오기 전에 먼 여행을 떠나간다. 그러나 이것은 미래의식 때문이라기 보다 오랜 습성과 생존을 위한 본능적 행동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은 미래의식이 약화될 때 향락주의자가 되거나 비관론자가 된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질 때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중 최고 수준이다. 하루에 자살로 죽는 사람이 30명이 넘는다. 특히 노인 자살율이 급증하고 있다. 자살자 3명중 한사람은 노인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미래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결과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빵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일도 무시할 수 없다. 내 개인의 미래, 가족의 미래, 내 조국의 미래,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합리적으로 계획하고 믿음과 인내로 그 소망을 만들어가는 미래의식이 인간에게는 필수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