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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의 사는 이야기> 부모와 자식
최철호  |  webmaster@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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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5.11  09: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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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호 청석학원장 
(前경기도학원연합회장)

부모와 자식

주말 일요일 오후 하동천으로 마눌님과 산책을 나섰습니다. 봄이 오는가 싶더니 이른 민들레꽃은 벌써 한 계절을 살아내고 홀씨를 날리고 있습니다. 햇볕은 따끈따끈하지만 바람결은 차가워서 청량합니다. 5월이 시작되자마자 사흘 연휴로 시작되어 첫 주말에는 어린이날이 겹쳐서 또 사흘 연휴입니다. 어린이날에다 어버이날이 있어서 혈연인 피붙이들이 하루도 서로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지만 그래도 5월엔 자식들은 부모를 한번 쯤 생각해야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자 손녀를 한번 쯤 생각하고 공식적으로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달입니다. 이런 형식적인 날을 챙기는 것이 바쁜 일상에서 그나마 교육적이고 가족이 모이는 구실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제겐 결혼한 딸과 아들이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자식들은 생일이 일주일 간격인 우리 부부의 생일잔치는 식당에서 한번에 치룹니다. 어버이날도 마찬가지로 간편하게 합니다. 식사를 하고, 부부 똑같이 용돈 봉투를 받고, 우리 부부는 덕담과 함께 고맙다고 인사를 합니다. 요즘엔 손녀들이 3명 늘어서 온 가족이 모이면 9명이 됩니다. 전 개인적으로 저라는 한 개인의 인연으로 이 많은 사람과 가족을 이루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면서도 제 역할이 뭔가 부족한 듯 싶어 속으론 꽤 계면쩍습니다. 생각해보면 마눌의 고생과 인내가 없었더라면 이만큼 편안한 완성도 높은 가족생활이 가능했을까 싶습니다.

제가 살면서 경험한 부모의 역할은 내 아버지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이고, 그것이 내 자녀들에게 보여졌을 아버지의 모습이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어머니의 경우는 마눌이 친정에서 부모님에게 배운 가풍(家風)이 스며들었을 것 같습니다. 저나 마눌이나 부모세대와 차이가 있고 배우고 경험한 세상이 다르니 다를 것 같은데 지나고 이제 보니 부모에게 보고 배운대로 자식을 키운 것 같습니다.

저는 8남매(6남2녀)의 막내로 태어났고, 제 마눌은 8남매(7녀1남)의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따라서 장인어른과 저의 아버지는 한 세대 정도 차이가 납니다. 장인어른은 저의 제일 큰 형님 정도의 나이였습니다. 덕분에 저는 두 세대를 관통하는 가족관계의 중간에 서서 위 아래 세대를 보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중학교 교사이셨던 아버지는 1903년생이셨는데 자식과 부모의 관계를 독립적 개체로 인정하고 될 수 있으면 간섭하지 않는 태도로 평생을 일관하셨습니다. 그 당시로는 드물게 개성적이었던 철학을 가지셨던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대학을 마친 소위 신식교육 탓인 듯 합니다. 제가 성장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이 점이 우리 가정의 가장 특이한 점이었습니다. 우리 집의 모든 형제는 대학교를 가더라도 등록금부터 경제적 지원을 집으로부터 받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결혼이나 그 밖의 일에서 재정적인 도움을 주지 않을뿐더러 아버지를 결혼식에 초대하는 일도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결혼할 당시에 아버지께서 안 계셨지만 실제로 아버지는 7남매가 결혼하는 과정에서 단 한번 결혼식에 참석하셨습니다. 그 한번 참석도 그 아들이 모시는 상황이어서 참석을 뿌리치기가 곤란하셨을거라고 저는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런 성장한 자식을 내치는 아버지의 정서적 차가움과 경제적 독립에 대한 요구 때문인지 가족구성원 모두는 독립심과 자기책임에 대한 감정을 잘 유지하고 있는 편입니다. 젊은 시절,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정서적·경제적 무심함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그런 정서나 경제적 지원의 반대급부가 아님을 늘 무언으로 제게 강조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단 한번도 당신의 매정함에 대해 자식들에게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늘 무섭고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저는 물론 아버지한테 배운 것 보다는 경제적인 면에서나 애정적인 자상함 면에서 자식에게 잘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대학등록금도 저희 부부가 부담했습니다. 하지만 자식들 입장에선 부모 역할에 서운해 했을지 모릅니다. 대학을 졸업 후 모두 집으로부터 재정적 독립을 요구했고, 결혼할 때 일체의 재정적 지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취직해서 번 돈으로 결혼비용을 마련했습니다. 딸은 직장을 집에서 다녔기 때문에 결혼할 때 부모에게 얻어먹은 밥값, 방값으로 받아야 한다는 제 주장에 딸이 깍아 달라고 해서 조금 깍아 준 적은 있습니다. 제 아들은 총각시절부터 집에서 독립해서 혼자 집을 마련해 결혼해서 살고 있습니다.

이제와 저의집 가정사를 돌이켜보면 모질고 야박한 내 아버지와 저의 자녀교육을 도와준 것은 어머니와 제 아내의 내조가 보완을 해 준 덕에 집안이 삐걱거리지 않고 자녀들이 잘 자란 것 같습니다. 슈바이처가 말했다고 합니다. "자녀들은 가르치는대로 배우는 것이 아니고 보는대로 행동한다. 자녀교육의 첫째, 둘째, 셋째 모두 본보기이다." 저는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가장 큰 교육은 보여주고 실천하는 것, 그리고 늙어가며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 필자 소개 ]

청석학원 원장 최철호(전 경기도학원연합회장)

* 학력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11개학과 졸업
  (경영학, 영어영문학, 법학, 국어국문학, 행정학, 문화교양학, 교육학,
   청소년교육학, 중어중문학, 일본학, 관광학)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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