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길가, 커다란 나무에 우람한 방패가 매달려 있었다.
동쪽에서 한 무사가 이 나무에 다가와 나뭇가지에 걸린 방패를 보았다.
“야 멋진 방패군.” 그 무사는 찬란하게 빛나는 '은 방패'를 보고 탄성을 질렸다.

그 때 또 다른 무사가 서쪽에서 나무 아래로 걸어왔다.
그의 앞에는 누런 '금 방패'가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오! 눈부신 황금방패로군.”
이 모습을 지켜보던 동쪽에서 온 무사는 “무슨 소리요, 그 방패는 금 방패가 아니라 은 방패요” 하며 대들었다.

그러자 다시 서쪽에서 온 무사는 “무슨 헛소리요? 이 방패는 은 방패가 아니라 금 방패요” 라며 면박을 주었다.
자기 주장이 옳다고 우기던 두 무사는 마침내 결투로서 주장의 옳음을 정하기로 하고 목숨을 건 싸움을 시작했다.

두 사람이 한창 싸울 때 어디선가 한 도사가 나타났다.
”여보게들 싸울 이유가 하나도 없네. 서로 자리를 바꾸어 보면 옳고 그른 것을 곧 알게 될 걸세.“
도사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그 방패를 보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한쪽은 은으로 되어있고, 다른 한쪽은 금으로 되어 있었다.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루빈의 술잔`에서 보듯이 똑같은 그림이라도 위치에 따라서 사람으로도 보이고 잔으로도 보이는 것이다. 이 방패의 우화는 현대의 일상에서 소통 불가능한 인간관계를 천착한다. 올바른 판단력은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앙에 서면 양쪽을 다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벗어난다`는 것은 자기 자리를 털고 온전히 상대방 자리로 옮기는 것이다.

본격적인 땡볕 더위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점점 미묘해져 가는 지금의 신도시 문제는 한판 승부의 마지막을 보는 듯 아슬아슬합니다. 잘못하면 한없는 수모와 모멸을 맛보기 십상입니다. 일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논쟁으로 승부가 날 문제는 아닌 것 같군요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서야 할 사람들이 중도의 길를 걸으며 몸보신만 하고 있으니 양쪽을 다 아우를 수 있는 대안은 아예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 생각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편견이었는가를 뉘우치면서 이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