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전소 시설을 완전 지하화하고 주민들이 원하는대로 상층부에 녹지를 조성하라.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겠다", "주민 여러분도 시의 의지를 믿어달라. 책임지겠다" 임종광 주택과장(당시)의 최종 통보에 마침내 김포시 최장기 집단민원은 종지부를 찍었다. 극적인 타결이었다.

1,800여 세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촉발된 감정동 변전소 설치 반대 민원은 2004년 8월 협의를 이끌어내기까지 주민들의 대규모 가두 시위, 구속 사태, 자녀 등교 거부, 고소 공방 등의 마찰을 빚어왔다.

"혐오·유해 시설을 대단위 공동주택 인근에 건설할 수 없다"며 이전을 주장하는 주민들과 "적법한 절차에 의해 시행되는 국가기간산업"임을 내세우는 한전은 좁혀질 수 없는 평행선을 그으면서 4년 여를 대립했다.

'변전소 지하화'안은 당초 협상테이블에서 한전이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주민들도 이에 맞서 '무조건 이전'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대립의 골이 깊어지면서 전환점 마련이 절실한 시점에서 김포시가 다시 제시한 지하화 카드는 분위기를 환기시켰고 결과적으로 협의에 이르는데 중요한 단초가 됐다.

주민 신모씨는 "누구도 지하화안을 먼저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포시의 중재는 적절했다"며 "무엇보다 '책임지겠다'라는 확언이 인상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임종광 혁신분권담당관(현재)은 "변전시설을 지하에 넣기 위한 벙커 설치를 주민들이 양보했더라면 절감되는 비용은 주민들이 그동안 고생한 위로금과 지역숙원사업비로 전달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벙커를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처리하도록 요구해 환경을 살리고 이익도 취하는 발상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것.

임 담당관은 "외부 주체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민원은 최대한 실리를 얻을 수 있도록 주민과 김포시가 머리를 맞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민·관의 협력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