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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동 김두안(42세·보험설계사)씨가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거미집>, <입가에 물집처럼> 두 편을
출품,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들은 당선작 '거미집'이 "삶과 존재의 미세한 결을 정직하게 읊어냈다"며 "세상의 말들이 제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시대에 시의
언어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다시금 일깨웠다"고 호평했다.
김 시인은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임자도에서 나서 초중학교를 다니고 목포 영흥고를 졸업한 후 대학에 합격했으나, 당시 부친의 김 양식업이
실패하면서 진학의 꿈을 접고 군에 입대했다. 전역 후 고향에 들어가 아버지처럼 김 양식장과 염전을 일터 삼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던
욕구를 억누르는 섬의 일상은 좁고 갑갑했다.
스물 셋. 김포에 일터를 가진 친구를 따라와 공장을 전전하며 몇번 전업도 했지만 예쁜 아내를 만나고 결혼해서 용걸(제일고
1학년)이와 줄기(사우초 5학년)형제를 낳아 먹고사는 일 걱정 없는 터전도 마련했다. 그런데 김 시인의 내면에서는 '때때로 유년의 그림자들이 모여앉은
뜰이 슬픈 달빛 닮은 눈망울로 말을 걸어오곤했다.'
그곳을 부드럽고 따뜻한 눈으로 열 방법을 안내해 줄 누군가를 간절히 원할 때 함민복 시인을 만났다. 3년 전 문인협회가 개설한
문예대학에서다. 김 시인은 "선생님이 길 찾는 법을 잘 인도했으니 사람들 사이로 난 수많은 길을 선택하고 목적지를 정해 가는 것은 자신의 몫"
이라며 늙은 제자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신뢰한 스승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당선 소식을 전하자 "힘든 길이지만 즐겁게 가라"며 축하해줬다는 함
선생도 지난해 김수영 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적절한 시어를 찾아내는데 한 달이 걸릴 때도 있다"는 김 시인의 '가능성'을 한 눈에 가늠하고 등을 도닥인 스승이나 "허공에 집짓기"인 줄
알면서 몰두하는 즐거움을 알아버린 거미 목수 김 시인은 닮은꼴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변화와 감동을 표현하는 도구로 시를 선택한 평범한
생활인으로 소개해도 너무 편안한 진솔함 때문이다.
"세상이 변하길 바라면 내가 변하면 쉽다"는 걸 닫힌 마음의 자물통을 열어준 시라는 열쇠를 만나 깨달았다. "시는 자신이 살면서 만나는
감동의 순간을 되새김해 누군가와 소통하는 도구다." 책상 앞에서가 아니라 건강한 생활인이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로 들렸다. "더 겸손하게 낮춰
살겠다"고 다짐하는 시인의 순한 눈빛이 어색하다.
원고 마감을 9일 앞두고 아내가 갑짜기 병원에 입원해 일주일간 입원하는 일이 있었다. 3년 동안 내 자리에 충실한 흔적이 읽히는 세 편을
선별해서 응모했다. 당선 소식을 들은 아내 백미자씨는 "갑갑하다"고 했단다.
김 시인은 "김포는 예술인 소양을 북돋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같이 꾸린 '시냇물' 동인들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취하는 기쁨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은 사람에게 타향 김포의 산과 들, 강과 바다가 새삼 풍요로운 자양으로 여겨질 것이다.
김 시인이 허공에 지은 거미집은 거친 비바람에 펄럭여도 고른 숨 내쉬고, 하루살이 엉겨붙어 탄성이 줄면 가차없이 말아 걷어낼 용기가
"하루끼니"로 걸려들 것을 믿는다.
거미집
그는 목수다 그가 먹줄을 튕기면 허공에 집이 생겨난다 그는 잠자리가 지나쳐 간 붉은 흔적들을
살핀다 가을 비린내를 코끝에 저울질 해 본다 그는 간간히 부는 동남쪽 토막바람이 불안하다 그는 혹시 내릴 빗방울의 크기와 각도를 계산해 놓는다
새털구름의 무게도 유심히 관찰한다 그가 허공을 걷기 시작한다 누군가 떠난 허름한 집을 걷어내고 있다 버려진 날개와 하루살이떼 돌돌 말아
던져버린다 그는 솔잎에 못을 박고 몇 가닥의 새 길을 놓는다 그는 가늘고 부드러운 발톱으로 허공에 밑그림을 그려넣는다 무늬같은 집은 비바람에도
펄럭여야 한다 파닥거리는 가위질에도 질기게 버텨내야 한다 하루 끼니가 걸린 문제다 그는 신중히 가장자리부터 시계방향으로 길을 엮고 있다 앞발로
허공을 자르고 뒷발로 길 하나 튕겨 붙인다 끈적한 길들은 벌레의 떨림까지 중앙 로터리에 전달 할 것이다 그가 완성된 집 한 채 흔들어 본다
바람이 두부처럼 잘려 나가고 거미집이 숨을 쉰다
입가에 물집처럼
달이 뜬다
해도 지기 전에 뜬다
나는 어둠이 보고 싶어
내 어두움도 보일 것 같아서
부두에 앉아 있는데
달이 활짝 뜬다
달빛은 심장을 욱신거리게 하고
희번득 희번득 부두에 달라붙고 있다
아 벌리다 찢어진 입가에 물집처럼
달빛은 진물로 번지고 있다
달은 어둠을 뻘밭에 번들번들 처바르고 있다
저 달은 환하고도
아찔한 내 안에 근심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초병에게 쫒겨가는
통제구역인 것 같아서
나는 캄캄한 나를
어떻게든 더 견뎌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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