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장에 갇혀있는 새들의 노래소리를 들을 때마다 조금은 별난 생각을 한다. 저들이 지금 기뻐서 노래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슬퍼서 울고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러나 이같은 생각은 인간 중심의 생각이고 새들의 지저귐은 기쁨도 슬픔도 아닌 저들만의 의사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새장 안에 있는 새들은 행복할까 불행할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들은 먹이경쟁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고 다른 철새들처럼 힘들고 험난한 여행길을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 이같은 점에서는 다른 새들보다는 행복할 것 같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자유가 없다. 그래서 불행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이들의 부자유가 자유를 잃은 인간의 고통에 비교될 수는 없다. 동물은 본능으로 살아가지만 사람은 자유의지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을 노예라고 한다. 자유는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첫째 조건이다. 인간은 빵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 그래서 자유를 인간의 기본권이라 한다.

자유민주주의란 인간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그것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는 정치이념이다. 따라서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사생활 비밀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 등 인간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한 그것을 자유민주주의라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인류는 이 천부적 자유를 향유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투쟁해 왔다.

과거에는 군주세력과 싸웠고 근대에는 권위주의적인 독재세력과 싸워왔다. 이 싸움은 끝날 수 없는 싸움이다. 그런데 과거에 비해 시민의 권리와 자유는 많이 신장된 것만은 사실이지만 또다른 형태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위기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

첫째, 민중주의다. 이 민중주의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거나 위협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치주의이고 평등권의 실현은 법치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법치를 무시하고 민중을 동원하여 다수의 힘으로 소수의 기본 권리나 사회규범을 묵살하려고 하는 풍조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무작위로 하는 여론조사의 결과를 과신하거나 그것을 정책결정의 중요 근거로 삼는 일도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같은 병폐를 막기 위해서는 왜곡되기 쉬운 여론보다 언론이나 공론을 더욱 중시하고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 민중주의의 위험을 미리 예측한 19세기 프랑스 자유주의 사상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민주주의의 원동력인 평등에 대한 열망이 무질서와 노예상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토크빌이 1859년 결핵으로 사망한 이후 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영국의 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그의 저서 ‘자유론’에서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성질과 그 한계를 논하고 있다. 그는 개인의 자율성과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권력뿐만 아니라 “사회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밀은 “민중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위험은 자유의 과잉이 아니라 순응적 태도의 확산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말은 민중주의자들이 비판없이 다수의 여론에 맹종하는 자세가 사회의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는 무엇이 유럽인들로 하여금 정체되지 않고 계속해서 진보할 수 있게 만들었는가에 대하여 “유럽을 유럽답게 만든 요인은 성격과 문화의 놀라운 다양성이다”라고 말했다. 자유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정체되고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그의 말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둘째는 법 만능주의다. 자유민주주의가 법치주의를 표방한다고 해서 법 만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법 만능보다는 자율을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지나치게 개인이나 민간의 영역까지 침투하여 불필요한 규제나 간섭을 하는 일은 자유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실 예로, 사학법 개정안을 살펴보자.

이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사학의 비리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는 충분하고 비리사학에 대한 행·재정적 제재가 얼마든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비리예방을 이유로 비리예방과는 거리가 먼 외부이사를 영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그 목적이 다른데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비리가 문제라면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비리 발생시 더 엄한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면 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와 관계없이 외부인사가 경영에 참여토록 하겠다는 것은 사학의 권리를 침해하고 자율을 제한하는 처사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중고교 학생회, 교사회, 학부모회까지 법제화해서 법적기구로 만들겠다는 시도 역시 교육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할 것이다.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획일화된 제도를 고착시키기보다 학생들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해서 자기들의 수준과 상황에 적합한 법과 규칙을 만들어 자치 능력을 키워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는 불필요한 법을 만들어 국민을 새장 안에 가두려할 것이 아니라 필요없는 법과 제도는 과감히 제거해서 국민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아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다수가 아닌 한 사람의 기본권이 존중되고 법의 영역보다 자율의 영역이 확대되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