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우리는 항일운동유적지 답사를 하러 독립 운동가들의 혼이 있는 곳으로 갔다. 처음 찾아간 곳은 마을 주민들이 불속에서 독립을 염원하며 산화하신 화성의 제암리였다.

우리는 애국선열들께 짧은 묵념을 하고 3·1운동 순국 기념관에 있는 영사실에서 영상을 보았다. 그 영상의 내용은  이곳저곳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나자 일본인들이 보복하기 위해 사사키, 조희창과 함께 제암리로 와서 기독교인과 천도교인 등 마을 주민 30명을 교회에 가둬놓고 불태워 죽인 사건이다.

이런 사건은  언더우드 일행이 목격해 알려지게 된다. 이 사건을 보고 일제의 잔혹성을 깨닫게 됐다. 교회에서 산화하신 제암리 마을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런 분들 덕분에 우리는 일제 치하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서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라는 말이 나왔다. 나는 이 말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마 이 말은 “일본의 만행을 용서는 하지만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는 뜻일 것이다. 

항일운동 장소가 나와 있는 지도를 보았는데 나의 고장인 월곶면도 있었다. 우리 마을 사람들도 항일 운동에 참가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다음 찾아간 곳은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이었다. 그곳은 민족열사 400명이 옥중에서 순국한 곳으로 약 100명 정도의 이름이 비석에 새겨져 있었다. 300명은 일본이 패망하였을 때 일본의 잘못을 숨기려고 다 불태웠다고 한다.

이럴수가! 사과는 하지 못할망정 그런 중요한 자료를 불태우다니 정말 화가 났다. 나는 화를 가라앉히고 그곳에 계시는 안내자와 함께 서대문 형무소 내부를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강우규라는 분의 민족운동에 대해 나왔는데 노장의 몸으로 사이토 마코토를 암살하려 했다니 정말 훌륭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곳에는 여러 독립 운동가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잘 아는 유관순 누님도 있었다. 유관순의 이야기를 듣고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놀랍다. 정말 나 같으면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그곳에는 고개를 돌리기도 힘든 벽관이라는 곳이 있었다. 보통 거기서 2~3일 동안 있었다고 하는데 정말 힘들 것 같았다. 서대문 형무소 에는 감옥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는데 그 곳은 엄청 추었다. 그 곳에 사람이 있었다는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또 고문체험실을 보았는데 손톱을 찌르는, 생각조차 아픈 고문부터 상상하기도 싫은 물고문, 전기고문, 성고문 등이 자행됐다. 고문장을 보고 나서 사형장으로 갔는데 그곳에는 앙상하고 커다란 나무가 서 있었다. 그 나무를 통곡의 미루나무라고 하는데 사형수들이 죽으러 갈 때 그 나무를 붙잡고 울었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이 지어졌다고 했다.

통곡의 미루나무는 독립운동가의 뜨거운 민족정신을 잘 알고 있을 것 같았다. 또 사형장 옆에는 이상한 동굴이 있었는데 그 동굴은 사형이나 고문, 병으로 죽은 시신을 버리기 위해 뚫어 놓았다고 한다.

“시신을 가족들에게 전해주지는 못할 망정 뒷산에 있는 공동묘지에 버리다니….”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형무소를 다 돌아 본 뒤에  독립운동가의 뜨거운 혼을 간직하고 돌아왔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아무리 부끄러운 역사라 할지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절대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