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아쉬움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시금치나물, 콩자반, 물미역무침, 어묵·게맛살 볶음 5찬 반합 1통이 2,500원이 아니라 7,500원임을 알고 나서다. (따로 촬영은 안했지만 같은 가격의 다른 반합에는 단무지가 찬으로 들어 있었다)

"배달 인건비와 유류대도 포함되지 않는데 7,500원짜리 반찬치고는 양과 질이 터무니없다"는 센터 J실장의 지적에 HID L씨는 "금액을 알고 나니 화가 치민다"면서 "안그래도 서러운 아이들인데 …" 목소리를 삭였다.

시가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방학 중 점심을 챙겨먹을 수 없는 아동 158명과 ㈜팬택이 학교를 통해 추천받은 결식아동 88명에게 급식 지원을 시작했다.

주식은 1인당 30Kg씩 쌀로 전달하고, 부식은 음식업중앙회김포지부가 선정한 각 지역의 지정 식당에서 한 끼당 2,500원꼴로 장만한 5찬을 주 2회씩 개별 용기에 담아 배달한다. 위 사진의 반합이 3일치분 7,500원 짜리(3끼×2,500원) 부식이다.

시가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 지원비로 책정한 예산 총액은 2억4,900여만원. 총 지원대상 아동 332명 중 자원봉사센터와 지역 식당을 통해 부식을 지원받는 아동수는 162명. 고교생 108명은 학교 급식소로, 나머지 62명은 월곶면 용강리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한 6곳의 센터와 공부방을 통해 한끼당 3,500원씩을 지원받는다.

지정 식당은 하성의 C식당, 통진의 J식당, 고촌의 S식당, 북변동의 C, Y 식당이다.  

급식배달은 여름방학 때와 동일하게 자원봉사센터 등록 단체인 HID, 해병전우회, 특전동지회, UDU가 자청했다.
 
26일, 지난 겨울방학 전국으로 번졌던 부실 도시락 파문을 상기하며 우리 시의 실태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조명해 볼 겸 3개조로 나뉘어 통진읍을 비롯한 4개면 지역 36가구 방문이 예정된 HID재난구조단 차에 동승했다.

먼저 J식당에서 부식이 담긴 도시락 16개를 챙기고 통진읍사무소에 들러 10Kg쌀 16포대를 실어 읍사무소에서 가까운 아이들 집부터 차례로 방문했다. 미리 전화를 했지만 방학 전인 학생들이 하교전이라 빈 집이 꽤 있었다. 이런 가정엔 옆집이나 경비실 등에 대신 전달을 부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자원봉사센터 J실장은 "8년째 명색이 실장인데 봉사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유류값 한 푼, 점심 한끼를 내지 못하면서 머슴 부리듯해도 '허허' 웃으며 내식구 일처럼 챙기는 봉사단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이라며 열악한 센터 여건에 머쓱한 심경을 내비쳤다.

집에 연락이 닿지 않아 학교로 찾아가 아이를 앞세워 집을 확인한 후 도시락을 건네기도 한다. '없는 전화번호' 안내로 재차 읍면사무소를 찾아가 주소지를 찾은 끝에 방문한 ○○이네 집을 돌아 나오면서는 "찾아오길 참 잘했다. 가능하다면 더 지원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HID회 L씨가 운전을, S씨가 길 안내와 연락을 맡아 잰걸음으로 배달을 마친 시간은 오후 1시30분. 월곶면 민통선 지역까지 돌고 온 회원들과 양촌면 구래리 △△이네집에서 합류했다.

하반신 장애인 아내와 왜소증 장애인 남편이 △△이(양곡초 2년) 자매를 키우고 있다. 봉사자들은 모두 할 말을 잊은 듯했다. 음식점에서 버리는 잔밥을 거둬다 개를 키우며 생계를 이어가는 △△이네는 한꺼번에 짖어대는 개들 때문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일행을 맞은 유치원생 동생에게 무섭지 않은지 물었더니 "아버지도 물리고 나도 물렸다"는데 오금이 저렸다.    

빛이 들지않는 세평 남짓한 오막살이 출입문을 열자 일행을 기다리며 밥을 짓는 중이라며 밝게 웃는 △△이 엄마 때문에 순간 당황했다. 열린 출입문으로 드러난 집안은 주방이니 침실이니 화장실이니 구분할 수 없이 옹색했다. 하지만 구김살 없어 보이는 △△이 모녀의 얼굴처럼 좁은 실내는 따뜻했다.

"양이 좀 적죠? 목요일엔 좀 더 챙기도록 할께요. 엄마 많이 도와드리지?" 춥다면서 엄마의 어깨에 외투를 둘러주는 J실장이나 △△이의 손을 맞잡은 L씨가 미안해 어쩔줄 몰라했다.

비포장 길을 돌아나오며 △△이네의 오막살이와 한평에 천만원을 상회하는 아파트 견본 주택이 머리에 잔상으로 겹쳐져서 우울했다.

이런 기분이 전염이라도 된 듯 일행들은 한동안 서로 말이 없다가 L씨가 한마디를 내뱉았다. "잇속때문에 …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게 아니길 빈다."

(아래 사진은 당사자에게 취재 허가를 얻어 촬영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