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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 하는 존재 … ‘조강’으로 다시 돌아온 ‘봄동’의 채의석 감독[인터뷰] ‘평화롭고 생태로운 조강행’ 콘텐츠 제작에 나선 ‘블루밍협동조합’ 채의석 감독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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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15  18: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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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이 우리나라 전주에 집중된다. 당시 전주에서는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앞두고 있었으며, `자유‧독립‧소통` 슬로건답게 기존 영화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다양한 영화가 전주를 찾았다.

심사위원들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작품으로 그 어느 해보다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심사위원들의 심장박동 수를 높이는 작품이 있었는데, 바로 채의석 감독의 단편 ‘봄동’이었다.

김포의 과도기를 배경으로 부재 하는 존재를 잔잔하게 묘사해 관객과 평가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영화 ‘봄동’. 심사위원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적품을 전주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작품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5년 후인 2022년. 채의석 감독은 '조강'의 콘텐츠로 작업이 한창이다. 영화, 연극 그리고 콘텐츠 제작. 장르를 뛰어넘는 채 감독의 감성을 이달 초, 구래동 그의 아지트에서 만나 직접 물었다.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여전해 보인다.

   
 

┃조강과 사람들, 그리고 공간을 콘텐츠로

채의석 감독을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요즘 근황을 물었다. 채 감독은 조강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한다. 조강 이야기, 조강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말이다.

지난해 그가 조강에 한창 심취해 있을 무렵 때마침 지역문화콘텐츠 특별화 사업을 시작하려던 지역문화진흥원은 그의 접근 방식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아니, 어쩌면 근현대사에 상징인 조강을 남다른 시각으로 들춘 채 감독만의 정서를 읽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저희(블루밍협동조합) 사업명은 ‘평화롭고 생태로운 조강행’입니다. 조강은 본래 있던 곳으로 근현대사에서 상징적인 곳이죠. 다만, 조강을 알리는 게 아닌, 조강이 평화생태공원으로서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본 사업에 가장 중요한 핵심이죠”

이를 뼈대로 채 감독은 마을 주민과 가까워지기 위해 2021년 한 해를 보낸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도 친해졌다. 이에 지역문화진흥원은 지역문화콘텐츠를 발굴에 있어 그들의 남다른 접근 방식에 진흥원상의 영광을 안긴다. 필경 진흥원은 채 감독의 남다른 정서를 읽고 있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채의석 감독이 지역문화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재조명할 수 있게 된 우리의 조강. 그의 작업 ‘평화롭고 생태로운 조강행’은 현재진행형으로 오는 24일(토) 5년의 연속 사업 중 2년을 마무리하는 소소한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김포,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지는 공간들에 대한 쓸쓸한 정서 포착

어려서부터 영화를 워낙 좋아했다는 채의석 감독.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당시 그는 상업영화가 대세이던 우리나라 영화산업에 독립영화 ‘봄동’을 선보이며 독립영화계의 가능성을 보이는데, 이즈음에서 그의 작품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봄동’에 연이어 발표한 다큐 ‘숨(2017/줌머족이야기)’과 ‘정오에서(2020/북변동이야기)’ 등 배경을 모두 김포 원도심을 설정했는데, 그럼, 그가 느끼는 김포라는 공간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김포에 새로 유입한 사람들은 기대감이 앞섭니다. 그러나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은 쓸쓸히 사라져 가는 정서를 가지죠. 청춘의 시간이 사라지는 순간, 카메라가 디지털로 바뀌는 순간, 공간이 재개발로 바뀌는 순간 등 말이죠. 이들을 한데 묶어 보면 마지막에는 쓸쓸함만 남는데, 영화 제작 당시 김포는 그런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라지는 것들과 마주하는 이들에는 독특한 정서를 가진다는 채의석 감독. 그는 사라지는 공간에 또 사람이 들어가기 때문에 희망을 엿볼 수 있다면서도 그 안에 사는 사람, 그 공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라지는 것들에 서글픔이 남는다고 한다.

   
 

┃어둠을 넘어 마침내….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불러줘야

채의석 감독하면 이 작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 바로 지난 2019년 3‧1만세운동 100년 기념으로 김포시에서 제작된 음악창작극 ‘오래된 내일’이다. 이 작품은 100년 전, 김포 젊은이들이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한 자랑스럽고도 아픈 이야기를 다뤘는데 여기서 채 감독은 시나리오와 총괄 감독을 맡는다.

“이 작품의 초점은 잘 알지 못하는 애국지사들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대다수 애국지사가 이름 없이 잊히지만, 그들에 컬코 이름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극 중에서라도 ‘철모야! 충서야!’ 등을 우리가 직접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그분들은 그렇게 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오래된 내일’이 김포 역사에 남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전까지 우리지역 애국지사들은 기록에만 남아 있었을 뿐 그들의 이름을 부른다거나, 당시 상황을 재조명하는 시도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래된 내일’은 김포 애국지사들을 더욱 선명하게 수면 위로 끌어 올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막이 내린 지 3년이 지났지만, 채 감독은 그 당시 감동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인터뷰 막바지에 이르자 ‘이름도 없이, 연기처럼 사라져간 우리들. 언덕 넘어 돌아오는 우리를 기억해줘’라며 클라이맥스에 흘렀던 ‘어둠을 넘어 마침내’를 읊조렸다.

   
▲ '오래된 내일' 팀과 함께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존재들에 대한 아이러니 '조강'

채의석 감독은 ‘평화롭고 생태로운 조강행’을 작업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선, 김포는 공간 그 자체 콘텐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는 조강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우리 지역 자체 콘텐츠를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자본이 많이 투입된 외부 인사가 아닌 이 공간에서 오랫동안 지켜보고, 행해왔던 예술가들 단체들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오래된 내일’과 같이 자체 제작된 작품에 대한 재활용‧재생산이다. 상당한 예산이 투입된 작품이 한두 번 무대에 오른 후 다시 무대에 오르지 못해 우리의 애국지사들의 이름을 더는 불러 줄 이가 없다는 것에 대한 죄송함이 앞서서였을 것이다.

‘우리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다. 반면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도 있다. 김포에 살고 있는 우리, 조강을 품고 있는 우리는 과연 어느 쪽에 조금 더 기울어져 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고민해 보는 건 어떨지 싶다.

우연히 들렸던 조강이 마냥 이뻐보여 한번 찾고, 또 찾고, 다시 찾고를 수십 차례. 그러면서 그는 조강과 사람들 그리고 공간에 대한 묘한 아이러니를 포착한다. 그가 조강을 통해 포착한 건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 아닌지. 그래서인지 채 감독은 자신만의 정서로 오늘도 조강행을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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