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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있었던 전국 농민대회 여의도 집회(11월 15일)에 참가해서 시위를 하다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같은 날 24일에 사망한
전용철(43, 충남 보령시 거주)씨에 이어 함께 부상을 입고 그동안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온 홍덕표(68, 전북 김제시 거주)씨가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12월 18일 사망했다.
홍씨는 어려서 고아가 되어 소작농으로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면서도 2남 2녀를 잘 키워낸 성실한 아버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어 더욱
마음이 아프다. 이는 우리 정부의 잘못된 농정과 이미 관행이 되다시피 한 폭력시위가 몰고 온 뻔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통탄스러울 뿐이다.
우리 국내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12월 13일부터 18일까지 홍콩에서 개최된 제 6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개막에 앞서 우리
정부는 WTO를 반대하는 1500여명의 시위대를 아무런 제재 없이 출국시켰다. 출국에 앞서 폭력시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WTO각료회의 폐막일인 지난 18일에는 여의도 집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각목과 쇠파이프 등을 동원해 회의장 진입을
제지하는 홍콩경찰과 맞서 싸우다가 1,000여명이 경찰에 연행되고 그 중 주동자 11명이 재판에 회부되는 불상사를 야기시켰다.
여의도 농민대회에서 수많은 경찰관과 집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부상을 입고 사람이 죽기까지 하였는데 정부는 무엇을 믿고 그 수많은 시위대를
이웃 나라에 보냈는지 무책임한 처사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사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그들의 출국을 막을 수 없었다고 정부는 말하겠지만 집단적인 폭력행위 등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나
시위는 법률로써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국민의 기본권만 내세워 혼란과 폭력을 초래케하는 처사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또다른 형태의 도전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또한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입이 5000억 달러를 넘었고 국민이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우리 정부는 아무런 대안도
없이 WTO를 반대하는 시위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정부의 이중성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정부의 이같은 무책임과 이중성이
실의에 빠져있는 우리 농업인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이후 정부는 우리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어촌 구조개선대책”으로 42조원을 농어촌에 투입했고
1999~2003년 사이에는 “농촌발전계획”을 세워 추가로 45조원을 투입했다. 이 두 차례에 투입한 자금 중에 지방비와 자부담을 제외하고도
68조 8,000여억 원을 국고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많은 돈이 국고에서 지원되었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농업경쟁력강화는 간데없고 농민들은 엄청난 빚만 지고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여기에는 농민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정부의 안일한 농업정책이 농민을 도와준 것이 아니고 망하게 했다는 원성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그 주된 이유를 열거하면 ①농업정책의 일관성 결여 ②쌀 생산 중심의 농업구조조정 실패 ③수입성을 무시한 전시효과적인 사업선정 ④농촌지원자금
사후관리 태만 ⑤시장경제원칙을 무시한 과보호 정책 등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농촌과 농민을 잘 살게 하겠다고 내놓은 정부의
장밋빛 정책에 매혹되어 경제성을 철저히 검토하지 않고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사용한 것이 화근이 되어 어이없이 수천, 수억의 빚만 지게 된 것이다.
최근에 나온 자료에 의하면 10년 전인 1995년에 농가 부채가 평균 916만원이었지만 2004년에는 2689만원으로 300% 가까이
급증했고 같은 기간 농가 소득은 2180만원에서 2900만원으로 33% 증가하는데 그쳤다. 결과가 이러한데다가 정부의 벼 수매 중단으로 쌀값은
하락하고 UR 협정에 따라 10년간의 쌀시장 유예기간이 2004년 말로 끝나고 다행히 2차로 유예기간이 2014년까지 10년간 더 연장되기는
하였지만 내년 3월이면 쌀 의무 수입량을 늘리고 수입쌀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판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쌀값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날이 가면 갈수록 저가 농산물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오고 있어 우리 농업은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거기에다 각종 공공요금과 종자대, 비료, 농약, 유류대 등 농업용 기자재 가격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가고 있어 농가의 수지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같은 냉엄한 현실을 눈앞에 두고 우리 농업인들이 여의도에서, 홍콩에서 시위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지금이라도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각오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일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부는 지금까지의 실정을 거울삼아 위기에
처한 우리 농업을 다시 살릴 수 있는 특단의 정책을 빨리 만들어 내어 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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