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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 대학을 나와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풍자어)이 된 한 청년 실업자에게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더니 놀기가
일하기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같은 실업자가 넘쳐난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하면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고들 한다. 이력서를 들고 수십 번 이 회사 저 회사를 찾아다니다가 헛고생만 하고 지쳐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이 한두
사람이 아니다.
특히 청년 실업자가 많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최근에 나온 통계를 보면 20~39세 사이의 청년 실업자 수가 58만 3000명이나 되고
20대 실업율은 전체 실업율의 두 배에 가깝다.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우선 일을 해야 할 시기에 일을 하지 못함으로 가정문제가 야기되어 가족이
해체될 수 있고 정부는 세수원이 줄어 재정확보가 어려워지고 기업은 소비층이 약화되어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업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키고 가정이나 기업이나 정부 그 어느쪽에도 유익할 것이 없다. 그래서 실업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우발적 채무와 같은 것으로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에는 더 많은 비용을 치룰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
첫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배보다 파이를 키우는 경제성장 정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
반대다. 여기저기에서 자기 몫을 더 많이 챙기겠다고 아우성이고 길거리에는 파업노동자들의 과격한 시위가 끊이질 않는다. 또한 정부는 분배니
평등이니 하는 말들을 함부로 남발해서 정체성 문제를 야기시키고 국민들의 자립의지만 약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의 재정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7% 수준에 도달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에 크게 떨어진다고 해서 계속 세금 올릴 생각만
하고 있다.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올라가지 않고 이미 제자리에 멈춰 선 지가 오래인데 편향된 수치만 앞세워 세금 공세에다 각종 공공요금만 올리고 있으니
가계부채만도 사상 최대로 500조가 넘는 마당에 소비가 살아날 수가 없다. 거기에다 기업이 투자를 하려고 해도 각종 규제 때문에 마음대로 투자를
할 수도 없다고 푸념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임금이 싸고 시장이 확보되어 있는 국외로 생산시설을 송두리째 옮겨가게 되고 일부 기업인들은 골치 아픈
투자보다는 투기로 돈 벌 생각만 하고 있다. 이래서야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없고 따라서 실업문제 해결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는 취업 희망자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경쟁력이 무엇인가? 상품의 경쟁력은 그 상품의 품질이다. 이 품질은 상품의 생명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상품뿐만 아니라 써비스에도 품질이 있다. 품질이 떨어지면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의 경쟁력이란
무엇일까?
여기에는 그가 가진 어떤 특수한 기술뿐만 아니라 외국어 구사능력, 문장력, 의사전달능력, 특히 창조적인 사고능력, 상상력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선진화된 기술이나 현대 문화의 이기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도 경쟁력에 속한다. 그렇다고해서 만능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단순노동을 희망하는 사람이면 건강이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근로자의 경쟁력은 상품의 품질과 생산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쟁력없는 노동력을 선호할 기업은 이 세상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25~34세 사이의 인구중 대졸자가 43%나 차지하고 있어 OECD국가중 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경쟁력 면에서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세계화 시대에 쓸만한 인물이 없다고 토로한다. 기업이 불량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유통시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처럼 대학이 품질이 형편없고 경쟁력도 없는 인적자원을 대량으로 양산해서 소비자인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대학은 입학보다 졸업이 더 어렵도록 구조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 뿐만아니라 대학은 인간 명품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학생 한사람
한사람을 잘 교육시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될 때 학교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현대교육의 중요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폴 로머교수는 “미국이 20세기에 영국을 추월한 것은 교육을 통한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 덕분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교육은 분배의 방법이며 교육을 통해 임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가 중진국에서
선진국을 추월하려고 하면 먼저 실업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이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투자를 늘리고 근로 희망자들의 생산성
확보를 위해 교육과 연구개발 분야에 더많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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