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시청, 우리, 3자가 만나 임대주택 제공을 계약한 후 공증할 때까지다."
고촌면 수기마을 철거민 세입자들이 시청 정문 앞에서 두달여를 넘겨 시위를 하고 있다. 시가 천막집을 두차례 철거한 뒤 그 자리에 쓰레기 적재 박스를 옮겨놓자 세입자들은 그 박스를 보금자리로 재활용했다. 비닐로 지붕을 씌우고 내부에는 냉기 차단을 위해 보온재를 덧댔다.

대책위원장은 "이 생활 5년에 다들 기술자가 됐다. 산 목숨에 거미줄 칠리 없으니 이왕하는 일 웃으며 하자고 서로를 독려한다. 돈없는 사람은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거대 자본 권력에 맞서는 길은 쓰러질 때까지 웃으며 투쟁하는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승합차 지붕에 확성기를 달아 청사 쪽으로 온종일 투쟁가를 울리는 방법으로 집회를 계속하고 있는 이들에게 주변 시민들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시민들에게는 수시로 양해를 구해요. 우리도 사람인데 많이 미안하죠. 얘길하면 우리의 억울함을 이해도 하세요.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돈보다 귀한 가치를 공유하고 돈 없어도 꿋꿋이 살아간다는 걸 보여주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방법이에요. 저들이 우리를 같은 사람으로 대접해서 협상하고 대우할 때까지 계속할 수 밖에 없어요."

5년 동안 그들의 끈질긴 투쟁을 지켜본 기자는 아무렇지 않게 그곳을 지나치지 못한다. 이 겨울 차가운 길거리 쓰레기 적재함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신산한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