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가 끝난 10월과 11월 무논과 개울에 사는 미꾸라지들은 명년 봄까지 겨울잠을 준비하기 위해 최대한의 양분을 비축해 누렇게 기름진 통통한 배를 자랑한다. 이런 영양 덩어리를 조상들이 허투루 보아 넘겼을리 만무하다. 그래서 가을 미꾸라지가 얻은 이름 추어(鰍魚), 가을 민물고기의 으뜸 칭호를 받은 것이다.

심신이 헛헛한 늦가을 "보신하자"는 누군가의 제안은 곧 "미꾸라지!"로 통할 정도로 추어탕은 새로운 보양식으로 자리를 굳혀 웬만한 발품을 마다하지 않는다. 구수한 된장에 미꾸라지와 시래기가 어우러진 걸쭉한 추어탕을 후후 소리내 땀을 닦으며 먹고 나면 속은 더없이 든든하고 편안해진다.

매식이 일반화된 직장인들은 믿을만한 사람이 정성들여 장만한 값싸고 맛있는 음식을 찾는데 민감하다. 그래서 시장끼가 느껴질 때 선뜻 마음이 가는 맛집을 단골로 정해두는 것은 직장인들의 '필수 덕목'이다. 최근 사우동에 추어탕 전문음식점이 새로 간판을 걸었다.

부부가 운영하는 '김포추어탕'은 거창한 프랜차이즈를 내걸지는 않았지만 잡내 없이 온갖 보신 재료가 알맞은 비율로 혼합된 정성으로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안주인 박병심씨는 서울 영등포의 오래된 추어탕 집에서 수업료를 지불하며 몇개월 동안 비법을 전수받았다.

"미꾸라지 말고도 기운을 돋우는 재료가 골고루 듬뿍 들었어. 먹어본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는 좋은 음식을 만들면 되겠지. 벌써 여러번 찾아와서 맛있게 먹고 포장해가는 사람들이 생겼어" 조용하고 소박한 박씨 부부와 거드는 가족들의 서비스가 진솔하다.

비법 육수에 뼈를 거른 미꾸라지살과 우거지를 넣어 걸쭉해질 때까지 오래 끓인다. 1인분씩 뚝배기에 담아 버섯류와 양념 채소를 추가해 재탕한 후 상에 낸다. 생부추와 다진 마늘, 풋고추, 들깨가루와 산초가루를 기호에 따라 양을 조절해 맞춰 먹으면 된다.

여럿이 둘러 앉아 한잔 기울일 요량이면 쫀득한 수제비가 재미를 주는 메기 매운탕을, 아이들과 함께라면 수삼을 함께 튀겨 향긋하고 바삭한 미꾸라지 튀김을 권한다. 찬바람 부는 계절, 따끈한 구들에 엉덩이 지지며 구수하고 개운한 추어탕 한 그릇으로 마음까지 든든히 채워 보시길...

○ 메뉴
*추어탕 뚝배기 6,000원.
*튀김 한접시 12,000원
*통추어탕 8,000원
*미꾸라지 매운탕 대 25,000원 중 20,000원
*메기 매운탕 대 25,000원, 중 20,000원

☎ 988-0234/자리 50석/주차장 확보/연중 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