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축소 발표 이후 건설교통부가 김포시에 내놓은 '조건'은 경전철과 고속화도로 1개축 건설이다. 당초 5백만평 계획이 발표됐을 때 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과 2개 고속화도로 건설에서 상당히 후퇴한 내용이다.

김포시의 자세는 건교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이 두가지 조건을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김동식 시장은 대외적으로는 김포신도시 규모를 5백만평으로 건설할 것을 촉구하며 국방부앞에서 1인 시위까지 벌였지만 내심으로는 경전철 유치만 확실하다면 축소된 신도시도 받아들일 태세다.

그러나 과연 경전철이 신도시 문제를 푸는 유일한 대안이냐 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개발면적이 150여만평 규모로 축소된 상황에서 1조2천억의 '선물아닌 선물'을 받는 것이 김포시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신도시 축소에 따른 비난 여론을 희석시키고 여론 무마용으로 내놓은듯한 '면피용 카드'를 김포시가 덥석 끌어안는 것처럼 행동한 데 있다.

협상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실패와 관계없이 최종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상대에게 이해시키는 것이다. 협상은 'No'라는 선언으로부터 출발하며, 협상에 임하는 자는 과정 내내 '상대를 낮춰서 평가하라'는 철칙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시는 계약을 어긴 상대에게 클레임을 걸고 협상이 이뤄질 수 있는 선결 조건부터 내보이라고 으름짱을 놓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김포시는 위약의 보상을 제시하기는 커녕, 상대가 먼저 던진 카드에 확약을 받으려고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듯한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

상황 분석도 안돼 있고 전략-전술도 없다. 변인이 돌출되면 어떡하나 오히려 고민하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가.
경전철과 중량전철의 차이에 관한 명확한 설명도 없다. 더 이상 경전철이 교통난을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인 것처럼 홍보한다면 안으로부터의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이미 시민들 사이에서 경전철의 효용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다.

부득이 '테이블에 앉아야 할 상황'이라면 신도시의 반작용인 지역경제 붕괴와 주민 간 갈등의 보상차원에서라도 경전철대신 지하철 9호선 연장운행을 요구하는 것이 옳다. 시는 이제라도 경전철 대신 지하철 연장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축소 여파가 빚은 공분(恐憤)과 수용지역 주민들의 절규도 더욱 귀담아 들어야 한다. 김포시가 1년여 동안 입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지하철 9호선 연장은 그리 과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