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 한 사람이 흡연자 행복추구권 보장을 주장하며 국민건강증진법의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자유로운 흡연에의 결정 및 흡연행위를 포함하는 흡연권은 헌법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인정했으나「건강권과 생명권을 포함하는 혐연권(흡연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은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임을 판시, 결국 흡연행위의 제한은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벌써 2년여 전의 일이다. 지금 흡연자의 '행복추구' 실상은 그때보다 더 열악해졌다.
그동안 이들 '미필적 규제 대상자들'의 주장은 다소 극단적이었던 '기본권 쟁취'에서 벗어났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원칙에 빗대어 '세금 있는 곳에 복지 있다'는 사회 책임론을 내세운다. 독과점 형태로 존재하는 담배 제조와 판매, 이로 인한 관련 세금이 지자체 예산의 3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특수상황 하에서 흡연자들의 "복지책 마련" 목소리는 일면 타당해 보인다.

경제학에서 흡연은 가장 흔한 외부(불)경제 현상으로 예시된다. 특정한 대가를 지불하거나 받지도 않은 채 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손해)이득을 가져다 주는 경제활동을 말함인데, 이러한 외부경제 현상의 발생은 시장(市場)의 실패에 기인한다.

즉 시장이 자원의 최적 배분을 보장하지 못하게 된 경우로, 공해와 같은 공공재적 성격의 외부불경제 효과가 발생할시 정부는 실패한 시장에 개입하게 된다. 환경보전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벌금을 부과한다거나 세금을 투입해 공해물질을 저감시키는 장치를 설치한다거나 하는 것이 그 예다.

재밌는 것은 이로운 외부경제 효과는 사회적 최적수준보다 적게 나타나는데 반해 해로운 외부불경제 효과는 사회적 적정수준보다 초과해 나타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회복지 측면에서 정부의 외부불경제 효과에의 개입은 점점 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민원이 끊이지 않는 풍무동 도축장 역시 시장의 실패 사례로 볼 수 있다.
민원을 야기할 가능성이 농후한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게 된 시장 상황의 실패이며, 들어서게끔 한 당시 주택 정책의 실패다. 정례적인 점검, 시설의 설치, 세금의 징수 등 불경제 발생 요인을 적정 수준으로 감소시키기 위한 조치가 이행돼 오고 있으나 실제로 민원은 해소될 기미가 없다.

소음과 악취가 민원의 주원인이라면 법적 한계치와 관능 사이의 갭을 메울 수 있는 또다른 방책이 필요하다. 시는 실패한 시장의 기능을 다시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들 뿐 아니라 성실하게 정부의 규제를 이행해 온 업체의 입장에서라도 그렇다. 업체는 그동안 시에 상당한 액수의 관련 세금을 납부해 왔다. 시가 '세금이 있는 곳에 복지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라는 항변에 변명할 거리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