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거민연합대책위원회 소속 40여 회원은 3일 스피커를 장착한 차량을 앞세워 시청사 정문 앞을 점거하고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공권력 비난 구호'를 외치며 온종일 시위를 벌였다.

수기지구 택지개발 사업과 관련해 살던 셋집을 철거당한 후 지구내 주거지를 전전하다 지난 8월 초 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마을회관에 거쳐를 마련했던 회원 문 모씨가 지구내 잔여 건축물 철거작업으로 대책없이 쫒겨난 것에 대한 항의성 연대집회였다.

4일 오전 '거주지 마련'을 요구하며 시청 정문 우측에 목재와 비닐로 두 평 정도의 비닐천막을 치고 하룻밤을 지낸 문씨는 "어제는 악에 받쳐 몰랐는데 밤이되니 무릎에 통증이 심해 병원에 갔더니 인대 파손 진단이 나와 깁스를 했다"며 "회관 철거때 용역들에 의해 사지를 압박당한 채 차에 태워져 강화도에 버려질 때 저항하면서 무리가 간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문 씨는 "택지 개발을 할 때는 먼저 살고있는 사람들에 대한 가수용 단지를 마련하고 철거한다는 법 조항이 있는데도 이제껏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쫒겨만 다녔다"며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시나 경찰은 서민에 대한 가진자들의 행패를 구경이나 한다. 더 이상 잃을것이 없는 상태라 투쟁하다 죽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문씨는 이와함께 '임대주택 쟁취' 목표가 관철될 때까지 천막농성을 펼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자리를 주관한 김대순 건설도시국장은 먼저 주민들이 요구한 '유수지 이전' 등 여섯가지 사항을 소개한 후 시행사측에 답변을 요청했다. 그러나 시행사 측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유수지 지구내 이전 가능성에 대한 답변에서 "법에 의거 실시설계 승인 등 적정 행정절차를 거친 사업이라 이전 검토가 불가하다"는 당초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은 "재해 당사자인 주민들을 배제한 채 유수지와 상관없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형식만 갖춘 재해영향평가 주민설명회는 무효고, 행정 기관의 직무유기"라며 "시가 재해 예방 대책을 요구한 주민 민원과 연명서를 시행사 측의 재해영향평가 부가 자료로 제공한 것은 시행사 입맛에 맞춘 탁상행정"이라고 시행사와 시청을 싸잡아 비판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한 주민과 시행사 측 관계자가 고성으로 막말을 주고받다 시행사 측 관계자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주민들도 하나둘 자리를 뜨는 바람에 차기 협상을 기약하지 못하고 해산됐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10월 17일 고촌면사무소 회의를 주관한 시가 "정확한 정보와 대안을 가지고 다시 만나 이견을 좁혀보자"는 제안에 따라 해산 후 20여일만에 어렵게 마련된 자리였다.

한편 법원은 시행사와 시공사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제소한 '유수지 공사방해가처분신청'에 대해 공사방해 행위 (유수지 출입, 점유, 사용 등)를 들어 건당 30만원씩을 부가토록 판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법적, 행정적 대응 논리에 미숙한 주민들이 사태를 어떻게 끌어갈지 예측 불허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