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스터 버냄의 가족은 겉으로 보기엔 단란해 보이는 전형적인 미국의 중산층 가정입니다. 그렇지만 래스터와 아내 캐롤린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은 게 벌써 몇 년이 지났고, 사춘기 딸은 부모들과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면서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래스터의 하루는 그 이후로는 내리막길입니다. 회사에서는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자신을 무시하는 아내와 딸을 상대해야 합니다. 캐롤린은 항상 가식적인 미소로 고객에게 집을 팔아야 하는 부동산 중개업자지만 뜻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습니다. 어느 날, 래스터는 캐롤린의 손에 이끌려 딸 제인의 치어리더 공연을 보러 가게 됩니다. 그 곳에서 그는 제인의 친구인 안젤라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딸아이의 친구에게 반한 래스터는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하게 됩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캐롤린에게 큰소리를 치고, 대마초를 피우고, 운동을 시작합니다. 래스터는 삶에 묘한 활력을 얻었지만 그럴수록 가족과의 관계는 점점 악화됩니다.

<아메리칸 뷰티>의 래스터 버냄의 가족은 겉으로 보기엔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가족입니다. 적당히 괜찮은 직장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 전문직에 종사하는 어머니, 그리고 외모에 신경을 쓰는 딸. 매일 아침이면 엄마는 정원에서 빨간 장미를 손질하고, 세 식구가 나란히 출근을 합니다. 저녁이면 고상한 음악을 틀어놓고 식사를 합니다. 그렇지만 장미가 가시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래스터 가족은 날카롭고 흉한 가시를 속으로 감추고 있습니다. 래스터와 캐롤린은 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지만 부부관계는 벌써 몇 년 전에 그만뒀는지도 모를 정도고, 가슴수술을 하기 위해 돈을 모은 제인은 엄마와 아빠가 지긋지긋하기만 합니다. 자기가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캐롤린은 경쟁자인 케인을 미워하지만 어떻게든 그와 친해지려고 노력을 합니다.

래스터의 옆집엔 게이 커플이 살고 있고, 그 옆집에 새로 이사 온 핏츠 가족도 평범해 보이진 않습니다. 해병대 대령인 핏츠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도 부하군인처럼 대하고, 어머니 역시 정상은 아닙니다. 핏츠는 대마초를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캠코더를 사서 세상과 제인의 모습을 찍습니다. 래스터가 반한 제인의 친구 안젤라는 모델이 되기 위해선 자신의 몸이라도 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 때문에 못 견뎌 합니다.

붉은 장미처럼 그들의 인생은 아름답고 괜찮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제대로 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단란해 보이는 가족이지만 언제 부서질지 모를 위태위태한 모습이고,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만 신경 쓸 뿐입니다. 그렇게 삐걱거리는 일상에서 탈출하려고 하지만 어느 순간 탈출하고 싶었던 그 일상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웠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그 순간이 너무 늦게 찾아오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라고 <아메리칸 뷰티>의 래스터가 살고 있는 그곳과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가시를 품고 있고, 때론 그 가시가 썩어서 악취를 풍기기까지 하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현실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