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해물과 야채를 듬뿍 넣어 부친 부드럽고 고소한 빈대떡과 달콤매콤 쫀득한 떡볶이에 주부들의 소소한 일상의 대화들이 간으로 첨가돼 즐겁고 유쾌한 맛이 덤으로 얹혔다.

비오는 날 더 당긴다는 고소한 부침개 냄새로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해 '날궂이 파티'를 하게된 셈. "빈대떡 먹으러 오라"는 지인의 초대로 찾아가 모처럼 빗소리 들으며 천천히 차 한잔에 깃든 가을 정취까지 맛보는 호사를 누렸다.

부녀회는 봄, 가을로 주민들이 내놓은 다시 쓸만한 물건들을 모아 '아나바다' 장터를 여는데  외부 장사꾼들을 배제하고 "이웃과의 나눔"을 원칙으로 지켜간다.  이때 부녀회원들은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서 주민들과 나눠 먹으며 눈을 맞추고 마음을 맞대는데 주력한다. 정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익금엔 별 관심이 없다. 다행이 좀 남으면 가까운 초등학교에 지속해온 어린이 급식비 지원에 보탠다. 

정은주 회장은 "다 아는 이웃들과 나눠먹는 음식이라  재료는 최고 좋은 것으로 구입하고 싸게 판매하니 남을리 없고, 지난 봄에도 정산해보니 재료비도 건지지 못했더라"며 2장에 3천원 받게된 해물모듬전이 비싼지 되물었다.

"음식에서 인심난다"고 쌀쌀한 기운에 후라이팬 주변으로 다가서 안부를 주고받는 주민들의 포장 주문이 이어지는 걸로 보아 이른 파장이 예상된다.

"연배들이 비슷하다보니 이런 일 하면서 잘 통하고 많이 친해져요. 몸이 좀 고되도 서로 만족해하는 모습보면 덩달아 즐겁구요. 계산 안하고 그냥 나눈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일하고 다행히 남으면 이웃도 돕구요." 경계심 낮춘 정 회장의 수수함이 예쁘고 고맙다. 

사우지구 내에선 가구수가 가장 많고 30,40대 젊은 층이 주축이라 정자에 자리를 편 주부들의 관심사와 대화도 자연스레 보육과 교육이 주제다. 즉석에서 통성명과 수인사가 오가고 입수한 교육기관과 자녀들의 인성교육 정보와 문제들을 꺼내놓고 고개 끄덕이고 깔깔대는 수다 한판도 건강해 보인다.

젊은 여성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삶을 긍정할 때, 내일은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