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재 고촌도시개발사업조합장

최지호 신기연립주민대책위원장

'재해 대책 요구 연명서가 유수지 설치 요청서로 둔갑'
신기·정은연립 주민들 "유수지를 단지내로 이전해라"

고촌 신기·정은연립 주민들이 현대건설이 추진중인 '고촌도시개발사업' 과 관련 재해영향평가 과정에서 상습 침수 피해대책을 건의한 연명서가 유수지 설치요구 건의서로 둔갑됐다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신기·정은 주민들에 따르면 건축한지 20년 지난 신기·정은연립은 도시계획상 용도지역이 자연녹지여서 사업상 재건축이 어려운 상황이고, 연접한 고촌도시개발사업 부지와 전면의 대보천이 연립주택 부지보다 높아 상습 침수피해 대책 차원의 재개발 필요성에 대한 주민 공감대가 높은 주거지다. 

이런 환경에서 주민들은 시행사측의 조언에 따라 흡수 개발방법을 모색하던 중 침수 대책의 필요성을 건의한 연명서를 사업자측에 제출했으나 사업자측이 시행한 재해영향평가서에 유수지 설치를 정당화하는 건의서로 사용됐다고 분노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시공중인 고촌도시개발사업 지구에 대한 재해영향평가서는 '환경 교통 재해 등에관한 영향평가법'을 근거로 시행사인 '고촌도시개발사업조합'측이 (주)동일기술공사에 의뢰해  2004년 11월 시에 제출됐다.

재해영향평가서 주민의견 수렴난에는 "유수지를 사업지구내에만 국한하지 말고  매년 침수피해를 입는 인근 지역주민들의 고통해소 대책도 검토 해달라"는 '침수 피해대책을 위한 건의서'와 함께 신기·정은연립 70여 주민연명서가 첨부돼있다.    

주민들은 "재해 및 교통 영향평가 주민설명회 실시 등 행정절차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가 연립주택 후면에 유수지 공사가 시작되면서 비로소 인지했다"며 "연명서는 유수지 위치에 대한 동의서가 아니라 흡수 개발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행사측 관계자의 조언에 따라 작성된 침수대책 건의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4일 고촌면사무소에서 가진 고촌도시개발사업 조합, 시공사, 주민, 시청 관계공무원과의 면담에서 불거진 이같은 사실에 대해 연명서 대표자로 명기된 이모 이장은 "당시(2004년6월 14일) 시행사인 고려진흥의 박모 이사가 시에 홍수피해 대책을 건의하는 주민 연명서를 제출해야 흡수 개발에 용이하다고 제안했다"며 "지역 일을 보는 사람이 주민재산과 안전을 위해 연명을 받은 것이지 집 뒤에 유수지 설치를 요구한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모 이장은 지난 6월 29일 시행사 사무실에서 재차 작성해 민원 제기한 '침수피해 대책 및 재개발 건의서' 사본을 입증 자료로 제시했다.

주민대책위 최지호 위원장도 "당시 유수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민들은 시가 침수피해대책을 세워준다면 고마워 할텐데 정작 주민설명회 때는 이해 당사자인 신기·정은 주민들에게는 어떤 통보도 하지않았다"며 "주민 반발을 예상한 의도적인 배제며 기만 사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시는 "6월14일자로 제출한 주민 건의서 내용으로보아 주민들은 유수지 설치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고, 주민공람과 주민설명회 때도 주민들을 오지 못하게 한것이 아니기 때문에 절차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과 시공사 측은 "유수지 시설은 50~100년 정도에 한 번정도 나타나는 홍수 재해 대비 시설이라 평상시는 지구밖 주민 편익시설로 활용토록 설계됐다"며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연립주민 명단은 차 후 서면제출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유익하고 좋은 시설은 단지내로 이전해서 사업성을 높이라"며 조합과 시공사측을 싸잡아 비난했다.

양측의 감정이 대립되자 김대순 건설도시국장은 "유수지의 위치나 구조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시는 주민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간담회를 정리한 후 "2주 후 보다 정확한 정보를 갖고 다시 만나 견해를 좁히자"고 제안했다.

주민들은 청와대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에 제출한 진정서에 "유수지 위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언급돼 회신됐다"며 "재해영향평가 주민설명회에 이해 당사자를 배제한 부당성을 부각시켜 유수지 이전에 대한 당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