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수상작> 네모 속의 동그라미-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읽고

김포여자중학교 1학년 김소현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구는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화이트의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에서는 제목과 어울리게 '네모'라는 말이 참 많이 들어간다. 단순히 가락의 재미를 위해 같은 말을 반복한 것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점점 삭막해져만 가는 그래서 글자 그대로 '네모난 세상'과 그 속의 '네모난' 우리들의 모습을 잘 표현한 노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속에 갇힌 나도 역시나 네모가 아닐 수 없다.

시골에 사시는 우리 할머니께서는 유난히 손녀, 손자를 사랑하셔 가끔 우리집에 올라오시곤 한다. 하지만 매번 찾아오는 길인데도 종종 길을 찾지 못하곤 하신다. 할머니께서는 "모두 다 회색인데 그 중에서 어떻게 집을 찾을 수 있겠어" 하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할머니의 말씀이 공감될때가 많다. 모두가 똑같아 마치 회색 사각형이 줄줄이 늘어선 이 곳엔 아름다운 미소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삭막한 나의 마음에 따뜻한 나무를 심어준 작은 씨앗 하나가 있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 이라는 표지의 문구가 유난히 마음에 들어와 읽게 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란 아름다운 이야기. 나는 이 책이 새싹들의 목을 축여주는 단비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이야기는 잡지사 기자인 미치앨봄이 지금은 먼 곳으로 떠나고 더 이상 계시지 않는 자신의 은사 모리와의 잊을 수 없는 매주 화요일의 추억을 정리한 일종의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다. 미치가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인 루게릭 병에 걸린 그의 스승 모리와 함께 며칠 남지 않은 그의 삶을 함께 한 후 그가 가슴으로 남긴 말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는 형식으로 표현되었다.
그는 미치앨봄에게 남긴 말로써 헌신과 사랑 그리고 인생의 일부인 죽음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지만 쓸쓸하지 않고 괴롭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읽는 도중 때로는 이 사람이 정말 죽음 앞에 선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인간이 최후로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으로 느껴졌다. '네모'라는 세상에서 네모처럼 딱딱 떨어지게 생활해가고 있는 내게 그의 말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울림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모리 교수처럼 '죽음'이라는 것을 대면하겠지만 아직 정확히 그 시기를 알지 못하기에 그리고 지금 이 삶이 소중하기에 여유로움 으로 삶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모리 교수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아있지 않음에도 보통 사람보다 더욱 현명하게 하루하루를 계획해 나간다. 나라면 과연 조금 남은 내 삶의 모래 시계를 얼마나 여유있게 바라볼 수 있을까?

긍정적인 마음으로 춤추는 것을 즐거움으로 알던 모리 교수.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심장 근육의 마비로 결국 죽게 될 것임을 알고 처음에는 절망했고 힘들어 했지만 곧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의미 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느라 분주할 때도 반은 자고 있는 것 같다고. 그것은 그들이 엉뚱한 것을 쫓고 있기 때문이지. 자기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해 바쳐야 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헌신하고 자기에게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데 헌신해야 하네"

시간이란 구체적이고도 추상적인 것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뛰어 다니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라는 그의 말은 내 마음에 가슴깊이 전해져 나를 뒤돌아보게 했다. 그에게서 느낀 또 한 가지 감동은 죽음에 대한 의연한 태도이다. 그는 죽는 다는 것을 쓸모 없다거나 슬프다와 연관짓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의 시간을 바쁘게 생활하느라 돌아보지 못했던 나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슬프지 않고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나'를 그냥 나라서 바라보는 그의 잔잔한 울림. 그냥 천천히 읽고 싶었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라는 작은 이야기를 다 느껴본 나는 지금도 가끔 책을 꺼내어 읽어 본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지는 않는다. 어느 곳을 펼치든지 지금까지 걸어온 나의 발자국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 말이다. 삭막한 회색의 네모 세상. 그러나 이 책은 그 네모 속의 동그라미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