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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도 생명체가 있다면 어떨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을 보면서
그 중에 한 곳쯤은 지구처럼 누군가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제는 우주선이 태양계의
바깥까지 탐사를 할 수 있는 시대지만 여전히 우주의 생명체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그 존재를 알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이 지능을 가진 생명체라고 믿는 건 어쩌면 지나친 오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주의 신비에
대해 진지하게 파고들면 한이 없지만 가끔은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우주를 창조한 어떤 존재가 실수로 지구를 만들었다거나 지구가 어떤
우주인의 애완동물을 위한 작은 놀잇감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엉뚱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상상입니다. 이런 상상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긴 제목의 영화는 이런 엉뚱한 상상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구인 아서는
어느날 아침 자신이 집이 우회도로 건설 때문에 헐리게 된다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자신의 전재산인 집이 헐리는 걸 막기 위해 중장비 앞에
누워버린 아서에게 친구 포드가 찾아옵니다. 무명배우인줄로만 알았던 포드는 사실 지구에서 모종의 연구를 진행하던 우주인으로 지구의 종말이 닥쳐 올
거라는 걸 알게 된 후 아서를 구출하기 위해 달려옵니다. 그때까지 포드의 정체를 모르고 있던 아서의 눈 앞에서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집니다.
은하계 초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보곤행성의 공병대가 지구를 파괴하고 아서와 포드는 우여곡절 끝에 보곤족의 우주선에 타게 됩니다. 히치하이커를
싫어하는 보곤족은 아서와 포드를 우주로 내동댕이치고 우주를 떠돌던 아서와 포드는 은하계 대통령인 자포드의 우주선 순수한 마음호에 타게 됩니다.
은하계 대통령 자포드는 머리가 두 개인데다가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로 지구가 온전했을 때 파티장에서 아서가 좋아했던 트리시아를
빼앗은 적이 있는데 트리시아는 우주인에 걸맞는 이름인 트릴리언으로 이름을 바꾸고 순순한 마음호를 조종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마음호에는 자포드와
트릴리언 말고도 우수한 지능을 가졌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는 머리가 큰 로봇 마빈도 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할 지경입니다. 은하계 초고속도로 건설 때문에 지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은하계 대통령이란 인물은
아무 대책도 없이 사고만 일으키는 인물인데다가 한 때 사랑했던 여인은 이름을 요상하게 바꾸고 우주선을 조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친구라고 믿었던
인간이 사실은 은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긴 이름의 우주 베스트셀러 작가라니. 정말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라디오 드라마를 위한 대본에서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라디오 대본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소설, 연극, 게임 등의 장르로 만들어졌고, 원작자의 소망대로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너무 영국식 코미디라는
점 때문에 영화사들은 제작을 꺼렸고 몇 번의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이야기 역시 소위 말하는
영국식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흔히 SF라고 하면 무거운 주제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SF야말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우주인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만날 수 있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유쾌한 여행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SF영화들이 진지한 이야기지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누구라도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차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게 반드시 진지하거나 무시무시한 이야기여야 하는 법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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