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에 배를 띄운단 말이지? 무슨 배를? 가능할까?.
가능했다. 10일, 수풀 우거진 감정동 농수로에 배가 떴다. 사람들이 호흡을 맞춰 노를 젓자 비록 고무보트이기는 하지만 배가 움직였다. 배는 사람들의 환호와 구령을 돛 삼아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비슷한 의문을 품고 구경나온 시민들도 " 재미있다. 기발하다"며 의외성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고요하던 농수로가 뭇 생명의 원천인 벼논에 물대기 임무를 다하고 그렇게 또 다른 품을 열어 사람들의 유쾌한 웃음소리를 안았다.

행사를 준비한 김포저널 곽종규 대표

또 다른 시민들은 "수로 옆 논에서는 추수를 하고, 농악팀이 풍악으로 추수의 기쁨을 추임하고, 아이들은 뱃놀이며 메뚜기를 잡고 구경 나온 시민들도 추수를 거들고, 시청에서는 떡과 막걸리를 내서 나눠먹으며 한데 어우러지는 한 때"를 얘기하며 가을 들판의 대동제 동참 바램을 더했다.

김포저널이 '노를저어 미래로'란 주제로 처음 시도한 농수로에 배 띄우기 행사는 많은 시민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킨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가꿔온 생각을 실행하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는 사실과 가능성을 재발견케한 기획이 돋보였다는 앞선 평가가 이를 입증한다.

높아가는 하늘, 가을옷 갈아입는 자연에 깊이 스미는 맑은 햇살과 삽상한 바람결, 더위를 견딘 뭇생명들이 긴호흡으로 내면을 응시하는 철이다. 스스로 모은 향기로운 결실을 기꺼이 나누는 계절. 이즈음 사람들도 숙성한 자연을 마주하며 뒤돌아보는 시간 잦아진다. 각종 전시회와 책, 영화, 연극, 음악회 등 문화행사를 꼼꼼히 톺아보며 순정한 가슴과 영혼을 만나는 일탈을 꿈꾼다. 가을엔….  

"음악소리가 나서 아내하고 같이 나온건데, 출연진도 음악도 다양해서 좋네요."
"농수로에 배 타러갔다가 음악회가 있다고해서 나왔어요. 주변이 산만한데도 자유로워 보이네요." 

아파트 현관을 나서 생음악 째즈 선율에 가볍게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황송한 축복이다. 음악이 사람 마음을 너그럽게한다.

'노를저어 미래로' 농수로 뱃길 축제에서 이어진 2부 행사로 사우동 보건소 앞 공터에 마련된 야외 음악회는 시립어머니합창단 지휘자인 김용씨가 진행하고 김옥란 민요합창단의 구성진 가락으로 열렸다. 시민들은 두 시간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민요에서 째즈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했다.

째즈 그룹 '페인블루'는 '러브스토리' 베사메무초 등 감미로운 곡을 연주했고, 청소년보호 운동가로 더 잘 알려진 강지원 변호사는 테너로 변신해 박연폭포와 산타루치아를 열창했다. 김포의 내랫꾼 허현성씨는 변함없이 포크 기타를 메고 나와 '사랑했나봐' '말없는 축제'로 시민들의 제창을 유도했고, 러시아 가수 나타샤와 쳄버악단이 귀에 익은 모래시계중 ‘백학’과 ‘백만송이 장미’곡 등을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이 밖에도 남성합창단 휘오스와 소프라노 전슬기양이 '사공의노래'와 '그리운 금강산' 곡을, '노래사람' 이상원씨가 창작곡을 선보였다.

초가을밤 뜻밖의 기분좋은 콘서트를 기획하고 주관한 사람도 김포저널 곽종규 대표다.
곽 대표는 "4개월 동안 발바닥 땀나게 뛰어다니며 가능한 인맥을 동참시켜 비용 최소화에 주력했다"며 미흡한 면에 이해를 구했다. 땀에 흠뻑젖은 그의 자켓이 감동의 징표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