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시게루는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청년입니다. 청소부인 시게루는 어느 날 바닷가의 쓰레기통에서 부러진 서핑보드를 발견하게 됩니다. 망설이다 서핑보드를 집으로 가져간 시게루는 손수 고쳐서 매일 바다로 나갑니다. 시게루에게는 그와 마찬가지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녀 역시 시게루를 따라 바다에 나가 어설프게 파도를 타는 그를 지켜봅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시게루의 낡은 서핑보드는 완전히 망가지고 시게루와 여자친구는 돈을 모아 새로운 서핑보드를 장만합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에는 항상 야쿠자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잔인한 폭력도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론 <키즈 리턴>이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처럼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영화들 역시 존재합니다.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의 주인공들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합니다. 그런 주인공들을 따라가는 카메라 역시 조용합니다. 파도를 타는 한 여름의 바닷가지만 파도소리조차 조용하게 들리고 주인공인 시게루의 주변 사람들 역시 조용해 보입니다. 서핑보드를 들고 가는 시게루와 여자친구를 향해 돌을 던지던 친구들은 어느새 낡은 서핑보드를 장만해서 그들 역시 파도타기를 즐기고, 시게루에게 서핑보드를 바가지 씌웠던 서핑보드 판매점 주인은 시게루에게 서핑슈트를 주고 서핑기술을 가르쳐 줍니다. 만약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가 아닌 다른 영화였다면 화려한 여름이야기가 됐겠지만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영화를 제목 그대로 조용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영화의 장면장면은 때에 따라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웃음을 선사합니다. 그런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다른 영화를 보는 것처럼 웃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