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숨결이 깃든 유적들 대부분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변형되고 훼손된 흔적들을 흉터로 안고 있다. 불에타 복원을 반복해온 통진향교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전쟁 당시엔 군이 주둔지로 활용했다니 본래 형태의 유형문화재 복원을 바라는것은 과한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통진향교는 월곶면 군하리 월곶면사무 옆에 위치한 도문화재자료 30호로 고려 인종1127년에 창건한 현재의 교육제도에 비기면 국립고등교육기관이다. "도내에서 창건연도가 가장 오래된 향교라 사료가치가 크다"고 유 선생이 귀뜸했다.  

"조선 말기까지도 4, 50명의 학생들이 이 곳에 기거하며 학문을 닦았지. 향교 교육을 마치면 성균관으로 진출해서 과거시험을 준비했어. 조선이 스러지고 일제 탄압이 시작되면서 향교도 그 역할을 잃은거야."

향교는 소슬삼문과 담장, 대성전과 명륜당이 남아있고, 유실된 동재(당시 학생들의 기숙사)와 서재는 현재 복원공사 중이며, 외삼문은 주춧돌만 남아있는 상태다.

사람의 집은 보수를 반복해도 사람의 숨결이 사라지면 쉬 망가진다는 얘기를 들은적 있다. 1994년 보수 기록이 있는 명륜당도 벌써 누군가 재보수의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로 망가진 모습이다. 경내와 주변을 둘러보며 관리의 필요성 만큼 빈집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풍화루에 오르니 김포제일의 명당이라는 말을 입증하듯  탁 트인 시야가 확보되고 겹친 산들의 능선 뒤로 우뚝한 남산 봉우리 유곽도 뚜렷이 잡혔다.

*저기가 바로 봉수대가 있는 김포 남산

"저기 저 산꼭대기에 향토유적 6호로 지정된 봉수대가 있어요. 외적이 침입하거나 난이 일어나면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로 위급한 상황을 알렸지. 봉화는 강화 대모산, 월곶 남산, 대곶 수안산, 검단 백석산, 김포 냉정산을 거쳐 임금이 사는 서울 목멱산(남산)으로 전달됐어요. 당시엔 103명의 봉수군이 주둔했다고 해요"

'방학이 되면 저 명륜당에서 덕성스런 어른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사람사는 이치를 가르치면 좋겠다. 저 큰 나무아래 큰 평상을 펴고 나무를 심은 어른의 뜻도 가늠해보고, 함께 거둔 옥수수며 감자를 쪄서 먼저간 조상들께 제를 올리고, 함께 나눠 먹으며 옛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왁자하면 좋겠다. 그 중 며칠은 이 귀한 터전을 지켜내기 위해 피와 땀을 흩뿌린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정신과 숨결 깃든 유적들을 둘러보면 금상첨화겠다.'   

경내엔 보호수로 지정된 400년 이상 수령의 느티나무 세 그루가 역사를 대변하는듯 천수관음보살처럼 수천의 팔을 뻗어 푸른 그늘을 드리웠다. '그저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같은 역사를 후대 사람들이 입맛대로 해석해서 왜곡하고 시비를 따지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400년동안 통진향교의 번영과 퇴락을 묵묵히 지켜봤을 느티나무가 선정에 든 성인인양 성스러웠다. "다시 뵙겠습니다"

통진향교 옆에는 사람이 살지만 더덕더덕 보수 흔적이 역력한 스러져가는 일자형 한옥 한 채가 있었다.
"이 집은 외부 손님들이 묵던 객사였어. 일제때는 주재소로 썼는데, 독립만세를 부르며 주재소로 들이닥친 지사들이 일본 순경들의 총칼을 뺏고 일제 압잡이들에게도 태극기를 들려 만세를 부르게 했는데, 그 때 지사들의 호령에 놀라 마루밑에 숨었다가 끌려나온 순경은 대한독립만세를 따라불렀다는 예기가 전해지는 집이야"

일제강점 이전의 형태로 복원해서 보존해야한다는 유지만 선생님의 주장에 고개 끄덕이면서 '활용 가치 높았으면....'하고 바랬다.      

*대부분이 선정의 목민관 공덕비겠지  

월곶 유적답사는 여기까지. 점심 식사 후엔 하성면 유적들을 찾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