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자신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면 그 사람에게 복수하는 꿈을 꾸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자신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사람에게는 어떠한 짓을 하더라도 성에 차지 않겠지만 상대방 역시 파멸시키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가르침과 왼쪽 뺨을 때린 사람에게 오른쪽 뺨도 내밀라는 가르침이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한 치 앞의 처절한 응징이 더 가까운 게 사실입니다. 복수, 매력적이기까지 한 말입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청각장애 청년 류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유괴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살인자가 되지만 <친절한 금자씨>의 백선생은 누가 봐도 죽어 마땅한 인간입니다. 그런 인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13년간 치밀한 준비를 한 금자씨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약간 맥이 풀리기도 합니다. 어쩌면 백선생과 금자 사이에 뭔가 대단한 일이 있었으리라는 기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친절한 금자씨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만 않는다면 영화는 관객들에게 꽤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해줍니다. 이미 <올드보이>를 통해서 한 차원 높아진 스타일을 보여준 박찬욱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더욱 화려해진 영상을 펼칩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거기에다 뜻하지 않은 순간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웃게 만드는 대사는 잘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복수 3부작'에 출연했던 낯익은 배우들을 찾아보는 재미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맛입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주인공 류(신하균)의 애인 역을 맡았던 배우 배두나는 시간이 맞지 않아 직접 출연은 하지 못했지만 금자씨의 입을 통해 영미(배두나)의 대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친절한 금자씨>가 과연 관객들 모두에게 친절했는지에 대한 생각은 영화를 본 사람들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무조건 친절한 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에 간다면 복수를 당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