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이 궁금했다. 이상행동에 대해서도, 임상심리, 언어심리... 기호체계,
단어의 의미 이런 것들이 마음 쓰였다. 무거운 마음으로 상담실 문을 두드려 상담을 받아 보기도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마음보다 나올 때의 마음이 더 절망적이어서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점차로 깨졌던 것 같다.
혼자 책을 읽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어른이 되었고, 한 남자의 아내도 되었으며, 한 아이의 엄마도 되었다…

그 책 읽던 열여섯 살의 소녀가 일상생활을 감당하지 못해 어느 순간 누에고치 속으로 들어갔다.
어른이 되어 들어가게 된 누에고치 속은 눈물나게 따뜻했지만 위로받을 수는 없었다. 위로는 내가 만들어 내는 힘이란 걸 알았을 뿐이다.

그 작은 인식이 여기 '축복의 땅 살기좋은 김포'에서 왔다. 나는 이곳으로 1년 반쯤전에 이사를 왔다. '축복의 땅'이라는 구절을 보고 잘난 체한다고 생각하고 웃었었다.
나는 지금 애벌레다. 애벌레가 꾸물꾸물 기어 나무가 보이는 강의실에서 상담교육을 받고 있다.

첫째날-.
긴장된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심장이 다른 날보다 빨리 뛰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강의실 가득 빽빽히 사람, 또 사람… 대학때 듣는 교양수업 시간이 떠올랐다. 간신히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 쭈그리듯 앉아 눈빛도 당당하게 한번 빙~ 돌아 봤다. 아줌마들의 물결, 그중에 아저씬지 총각인지 청일점하나.

간단한 인사말들이 끝나고, 서로 만나기 시간이 왔다. 따로 프로그램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한사람씩 다 소개를 하란다. 나는 주변정리를 덜 한 터라 빨리 하고 갈 요량으로 초반에 일어서다 앉다를 반복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내 마음의 모델링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리고 잠시 얌전- 모두들 왜 그리 똑똑하고 쟁쟁하던지.

듣기만 하는데도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인상에 남는 한 아줌마. "내가 성격이 원래 이렇지가 않았는데요…. 결혼하고 나서…" 여려 보이는, 참한, 마음에 쟁이고 사느라 웃음을 잃은 듯한… 난 그것이 아가씨에서 아줌마로 가는 관문처럼 느껴졌다. 나도 지독한 향수병을 앓곤 했었으니까~. 80여명을 다 소개할 念을 어떻게 내었을까?

둘째날-.
나무가 보이는 강의실이 차암 운치있다고 생각했다. 옛날에 들었을 법한 강의 내용.
얘기로만 듣던 장성숙선생님. 깐깐한 할머니를 연상했었는데… 세월 탓인지, 부드럽고 유연한 그리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뭐 그리 새삼스러울 얘기는 아니었지만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는 알면서도 잘 못하는 부분들-.

셋째날-.
오늘 강의를 듣고 사람들은 모두들 많이 공감하고 많은 것이 느껴지는 "좋은 강의"였다고 한다.
선생님의 강의 내용은 '지금', '이 현실'을 중시하는 합리적 정서적 현실치료에 초점을 두는 내용이었고 이런 점이 많은 공감을 자아내고 많은 분들에게 상쾌감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런데 막상 나 자신은 공감이나 상쾌함보다는 뭔가 다르고 무덤덤한 느낌 뿐이었다.
아마도 내가 갖고 있는 정서가 취하고자 하는 것이 '주관적이고', '나만의' 어떤 해결책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보다 감성적이고 보다 느낌에 충실하면서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를 통한 자기치료의 부분에 대해서 더욱 궁금하고 듣고 싶었던 것 아닐까 한다.

좋은 강의는 역시 각자의 필요에 의해 정의 내려지는 각자에게 주관적인 평가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하고 과연 이강의가 어떤 이에게 유익할까하며 주변 사람들을 살피면서 한참동안을 생각에 잠겼었다.

이 상담 교육과정이 끝날 때 쯤이면 명확한 대답 하나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후~ 역시 김포는 '느낌이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