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굉음소리와 나무 쓰러지는 소리에 놀란 아파트 주민들은 모두가 혼비백산이 되고 겁에 질린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일시에 집밖으로 터져나온다. 김포고촌도시개발조합측이 고촌 수기지구에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하여 새로 개설하는 도로작업이 기습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오룡마을 한화아파트 앞을 통과하는 이 도로 문제로 지금까지 한화아파트 주민들은 김포시와 사업자를 상대로 수차례 협상을 계속해 왔다. 한화아파트 주민들의 요구는 아파트 앞에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숲이 송두리째 훼손되는 것은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지만 그래도 도로 개설이 불가피하다면 한화아파트 주민들의 안전을 위하여 도로와 아파트 사이에 녹지공간을 30m 이상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였고 최근에는 15m까지 양보하였지만 김포시와 사업자측은 도로선형을 이유로 녹지 5m, 인도 3m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한화아파트 주민들은 주거환경이 파괴되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인데 폭 25m의 4차선 도로를 아파트 8m 전면에 개설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이유는 지금도 48번 국도쪽 주민들은 자동차 소음과 매연 진동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는데 새 도로가 개설되면 아파트단지 전부가 공해에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하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심에 지어진 상가 주택도 아니고 도시교외에 지어진 지 채 3년도 안되는 공동주택인데 8m전면에 대형도로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 지구상에 또 있을것인가 묻고싶다.

그래서 한화아파트 주민들은 협상과 반대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중인데 고촌도시개발조합측은 시공사인 현대건설 작업반을 기습적으로 투입하여 십여명의 벌목인부가 일시에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기 시작하여 주민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 

놀란 주민들이 밖으로 몰려나오자 현대가 사전에 배치해 놓은 정체불명의 건장한 청년 10여명이 주민 출입을 가로막고 나선다. 여기서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순간 벌목작업반원들은 불과 1시간 사이에 숲속을 이리저리 뛰면서 수백그루의 나무를 잘라 눕혔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토실토실한 알밤을 주민들에게 수없이 선물해주던 커다란 밤나무들도 무참히 잘려버렸고  내가 2년 반동안 가족처럼 사랑했던 까치부부의 집도 흔적조차 없어졌다. 이날 오후 늦은 시간이다. 까치들은 그들의 집이 있었던 주위를 기웃거리며 맴돌고 있었지만 어둠이 점점 짙어지자 그들 부부는 각각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날 밤부터는 소쩍새소리도 올빼미 소리도 다시는 들려오지 않았다.

주민들의 상실감은 너무 크다.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매우 귀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저려온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짓밟히고 밀려나는 쪽은 힘이 없는 쪽이다. 나무도 까치도 우리 민초들도 모두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는 그 생존권까지도 후순위로 내놓을 수밖에 없는가?  우리 모두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최기호/고촌 한화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