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코스는 월곶면 가금리 이목선생 사당인 한재당. 한재 이목은 성종2년(1471)에 출생하여 점필제(點畢齊), 김종직(金宗直)에게 학문을 사사했고 연산군1년(1495) 문과에 급제한 수제로 무오사화(戊午士禍)때 28세의 젊은 나이로 화(禍)를 입었다. 차의 찬 성질을 호에 차용할 정도로 차를 몹시 좋아했으며  특히 '茶賦'는 한재의 많은  작품 중 유학과 노장 사상이 잘 어우러진 작품의 진수로 칭송 받고있다. 한재당은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경기도지방기념물 47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사당 뜰 한켠에는 (사)한국차인연합회가 지난 80년에 후손들과 협의하에 보성에서 차 나무를 이식해 재배에 성공한 우리나라 최북단 차배지가 있다. 선생의 강직한 성품과 차 사랑을 설명듣고 여린 찻잎을 씹어 입속을 행궜다. 이런 날  다정에서 시원한 차 한잔 우려 주는 관리인이 있다면 한재당과 이목 선생을 오래 기억할텐데….   

사당을 나오며 넘어진 채 방치된 홍살문과 어수선한 주변환경에 대한 언짠음은 또 다시 시 당국의 문화제 관리 소홀 유감을 숨기기 어려웠다.

'그렇지! 길이 보여야지.
한국전쟁 전인 50여년 전 이 산아래 포구엔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온갖 특산물을 싣고 올라 온 뭇배들이 서울로 개성으로 건너가기전 물길을 재며 머물던 조강리라는 큰 마을이 있었데. 물론 강건너 마을도 자유롭게 왕래했지. 통일되면 저 아래 나룻터에서 배를 탈 수 있을텐데, 아쉽다 그치?' 생각 말이다. 

애기봉은 병자호란을 피해 평양을 떠나 한성으로 가던 감사와 애첩 예기(예능에 뛰어난 기생)의 애닳은 설화를 간직한 산봉우리다. 동행한 감사가 개풍에서 오랑캐에 잡혀가자 예기만 홀로 조강을 건너왔다. 날마다 뒷산에 올라가 님이 잡혀간 북쪽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달래던 예기는 죽으면서 개풍이 보이는 산봉우리에 세워서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후세들이 쑥갓머리산 봉우리를 예기봉이라 불렀다.

"평양감사의 애첩은 예기고 우리는 예기봉이라고 불렀는데 언젠가 가보니 박정희 대통령이 다녀 가면서 애기봉이라고 불렀다는 글을 새겨서 탑을 세웠더구만....우리는 예기봉이라고 불렀어" 7월 22일 국사편찬위원회 사료 채록 위원들과 서울 독산동으로 찾아가 만난 조강리 출신 정원석(96세) 옹의 말을 애기봉 기념탑신에 새긴 박 전 대통령의 친필로 확인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께 전설을 전한 사람의 실수가 동네 산봉우리 명칭을 바꾼 셈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있는지 모르나 한번 잘못된 기록역사를 바로 잡기는 어렵다. 하물며 최고의 권력자가 남긴 친필이라니...예기나 실향민이나 북쪽이 그리워찾는 장소 애기봉.

정 옹에 따르면 한국전쟁 전까지 조강리는 100여호가 넘는 큰 동네가 형성돼 있었고, 당신도 네척 배를 보유한 선주였다고 한다. 당시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조강리는 "김포는 조강이 꾸려간다"는 말이 나돌만큼 사람과 물자가 풍성하게 모였다 흩어지는 곳이었다"고 회고했다. 한국전쟁 후 휴전선으로 가로막혀 출입이 통제된 조강나루와 동네는 반세기 전 전쟁의 상처로 흔적없이 사라졌다.

오전 9시에 출발해 김포 반도를 크게 한바퀴 돌고나니 오후 4시. 땀에 절은 끈적임과 희뿌연 습기는 불쾌지수를 높이는데도 짜증내지 않고 호기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동행한 꼬마 친구들이 참 기특했다.

김포시내로 들어서 김포 지명 유래지인 감암포나루 입구에 잠시 머물러 '김포 지명 유래가 투금포설이 아닌 "왕들이 왕래하던 신성한 나루" 감바위, 감암포에서 유래된 사실을 설명한 유지만 전문화원장은 "군사보호시설 때문에 들어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 모퉁이를 돌아가면 조헌 선생이 낚시를 했던 큰 너럭바위가 있고 그 바위를 대감바위라 불렀다"는 얘기를 덧댄 것으로 답사를 마쳤다. 

삼복에도 드넓게 펼쳐진 산야의 초록과 어우러진 아이들의 조잘거림이 연일 날선 마음을 쓰다듬어준 느낌이랄까?.
더위먹은 검붉은 얼굴로 서로 마주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문화의 힘을 믿고. 찾는이 늘어나면 관리도 달라지겠지 하는 희망을 갖기 때문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