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오르자 예은이가 한 손을 번쩍 들어 반긴다.
손을 마주쳐 친밀감을 표현하고나니 카메라를 들고 중간에 끼어든 어색함이 좀 가셨다.

교차로 신호대기로 잠깐 차가 밀린사이 예은이가 차창 밖으로 누군가의 손전화를 던져버린것을 시작으로 한 눈 팔수 없는 악동들과의 나들이는 시작됐다.

스물네명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아이들이 방학을 맞은 친형제 자매들과 손을 잡고 나선 곳은 일산 호수공원에 개장한 '2005 어린이 에튜테인먼트' 축제장. 잠시 부모님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형제애를 느끼게 하려는 센터의 의도로 선택된 안전한 장소다.

행사장에 도착한 일행은 준비해 온 김밥과 음료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두개조로 나뉘어 각각 공룡 탐험관과 인체탐험관으로 출발했다. 실물 크기로 재현된 공룡 모형들을 간단한 작동으로 조작해 움직임을 살피고 지질학자처럼 솔로 모래를 쓸어내 화석 찾기 놀이도 체험하고 공룡의 뼈를 양각한 스템프도 찍었다.

나들이의 하이라이트는 사람의 몸속 탐험. 사람의 입속을 출발한 아이들이 위와 심장 허파, 대장, 소장을 지나 똥이되어 나올 수 있도록 한 대형 풍선모형의 조형물은 몸이 불편한 아이들의 놀잇길 통과로 제격이었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똥이되어 세상에 나온 아이들은 뛰어다니기로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래서 마무리 단계로 집중력을 요하는 신체 골격 조립 코너엔 형제들 몇몇이 도우미들의 안내를 받아 참여했다. 언니오빠, 아저씨 아줌마가 지켜보고 있으니 막간을 활용한 넒은 공간 뛰어다니기도 아니들에겐 즐거운 놀이다.

돌아오는 길.
"오빠와 둘이서만 바깥 나들이 한적 있니?"
"아니요"
"재미있었니?"
"네"
쓰잘데 없는 우문이다.
출발할 때 슬쩍 카메라눈을 피하던 아이의 환해진 얼굴이 대답인데….
일행을 인도하는 복지사들 말고는 말로 의사를 표현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새삼 알아챘다.

익히 아이들의 성격과 특성을 파악하고 있는 도우미들도 마음가는 대로 감정을 표현하는 순수한 아이들과의 교감에 기꺼이 응수했다. 말없이 교감하는 몸짓들을 바라보며 팔다리의 피로감을 잊을 수 있었다.              

정규와 예은이와 창근이는 도우미를 친아빠로 착각했다는 사실에 더없이 유쾌했다. 몸에 밴 능란한 처치와 밀착감을 아버지니까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 인터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친아빠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더워지는 건 그들에게서 내일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정말 사랑은 소리없이 움직이는구나!' 
가장 가까이서 손잡아 마음 대주고 안아주고 업어주고 먹여준 사람의 숨결을 아이들은 오감으로 느껴 순수한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사람사이에 보이지 않는 통로가 있다는걸 알았다. 기라해도 좋고 텔레파시래도 좋겠다. 온종일을 같이다니며 말을 하지 않고도 의사 소통에 불편을 겪지 않는 이들. 어떤 이들에겐 말이 공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하루다.

곁에있는 언니,오빠, 아줌마 아저씨 도우미를 연신 쓰다듬고, 뽀뽀하며 스킨십으로 마음을 전하는 아이들을 보며 "너무 귀엽죠?" 묻는 복지사의 만족스런 웃음에 희망 무지개가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