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의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먼 옛날, 그러니까 우리가  신들과 함께 살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네 팔과 네 다리로 세상을 활보하고 다녔습니다. 커다란 머리에 당신의 얼굴과 나의 얼굴을 지닌 우리는 완벽한 존재였습니다. 말하면서 들을 수 있었고, 책을 읽으면서 다른 곳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세상을 두루 볼 수 있는 우리는 완벽한 존재였습니다. 남자 아이와 남자 아이의 등이 붙은 해의 아이들, 여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등이 붙은 땅의 아이들, 그리고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등이 붙은 달의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완전한 존재였던 우리는 자만에 빠졌고 점차 신의 영역을 넘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본 신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지위를 넘볼까봐, 그리고 더 이상 신들의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할까봐 우리를 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회의를 하러 모인 여러 신들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천둥의 신은 거인족들을 죽였던 것처럼 자신의 커다란 망치로 인간들을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신들의 신인 제우스가 말했습니다. 내가 가진 번개 가위로 저들을 혼내 주리라, 내 말을 듣지 않았던 고래의 다리를 잘랐던 것처럼, 그리고 공룡들을 도마뱀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말을 마친 제우스는 자신의 번개를 손에 들고 크게 웃으며 소리쳤습니다. 내가 저들을 반으로 가르리라, 저들의 가운데를 자르리라. 큰 고함과 함께 제우스는 우리를 향해 무시무시한 번개를 내리치기 시작했습니다.

검은 먹구름이 모여 거대한 불길이 되고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운 번개가 울부짖는 우리를 가르기 시작했습니다. 번개를 맞은 해의 아이들은 피를 흘리며 남자아이와 또 다른 남자아리로 갈라지고,  땅 의 아이들은 여자아이와 여자아이로, 그리고 달의 아이였던 우리는 남자와 여자로, 나와 당신으로 갈라졌습니다. 우리가 반으로 갈라져 신음하고 있을 때 인도의 신은 피를 흘리고 있는 인간들의 배를 꿰매 우리의 죄를 영원히 기억하도록 배꼽을 만들었습니다. 나일의 신은 거대한 폭풍우를 일으켜 신음하는 우리를 세상의 이쪽과 저쪽으로 흩어지게 했습니다. 비와 바람, 그리고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우리를 보며 신들은 소리쳤습니다. 또다시 신에게 반항하면 그 때는 다시 반을 갈라 하나의 팔과 하나의 다리로 걷고 하나의 눈으로 보게 만들겠다고.

네 개의 팔과 네 개의 다리, 그리고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었을 때, 우리는 사랑이란 말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신들의 노여움을 받아 커다란 번개로 온 몸이 잘리고 난 후에 갈라지게 된 우리는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피가 흐르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 가슴 속에서부터 알 수 없는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심장을 반으로 가르는 고통,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지 못했었습니다. 반으로 갈라져 두 팔과 두 다리로 걷게 됐을 때야 그게 바로 사랑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불완전한 존재가 된 우리는 서로를 감싸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어떻게 두발로 걷는 외로운 존재가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나와 당신이 어떻게 헤어지게 됐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서로를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당신과 내가 왜 하나가 되어야하는지에 관한, 그러니까 사랑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