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어느 부모님으로부터 “회화반 있나요?”라는 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별도로 회화반은 없는데요…”라는 대답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이민을 가시나?” 아니면 “아이를 유학보내기로 하셨나?”하고 여러 각도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회화’란 자신의 생각과 뜻을 외국인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외국인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어순에 대한 원리와 각각의 단어에 대한 섬세한 이해가 기본적으로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단계에 도달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제부터 현재의 회화 위주의 영어 현실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이제 겨우 알파벳을 익힌 아이에게 조차도 외국인 수업일수가 많은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많은 회화학원들이 외국인 위주로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회화 위주의 영어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회화에 쓰이는 기본 문장을 무조건 외워서 그대로 활용하는데 급급한 실정입니다. 부모들은 영어 학원 다닌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이가 영어 문장을 입으로 소리내면 금방 감격하고 자기 아이가 '2~3년 이내에 외국인 뺨칠 수 있겠다'고 흥분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단편적인 회화 문장의 암기 위주로 외국인과 수업을 한 아이가 정말 2~3년 후에 외국인 뺨을 쳤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아이에게 외국인과 5분 이상 대화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에는 인사하고 소개하고 출신지 물어보고 취미 물어보는데 까지는 매우 유창하게 잘합니다. 그러나 조금 지나고나면 금새 밑천이 다 떨어지게 됩니다.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겠는데 영 정리가 안되어 머리에서만 뱅뱅 돌 뿐 입으로 나와주지가 않습니다. 상호작용으로 이어져야 할 회화가 시간이 지나갈수록 일방통행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가 우리 주위에 예상 외로 많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아무런 응용 능력 없이 단순히 제한된 상황에서 쓰이는 대사를 외워왔기 때문입니다. 머리 속에 강력한 어순 감각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매 대화의 문장을 우리말로 영작해서 다시 말하고 외국인의 말이 외워온 문장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해석하지 못하고 당황하게 되는 것입니다.

장시간 대화를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상황을 즉석에서 묘사해야 하는 경우가 대화의 99%를 차지합니다. 영어에 대한 강력한 어순 감각이  머리 속에서 잡혀 있어야 영작을 할 수가 있고 이를 입 밖으로 내뱉는 스피킹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어순 감각을 키워주는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은 막연한 외국인과의 화화 수업은 전혀 회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영어의 어순 감각을 정확히 파악하고 각각의 단어와 문장의 감각을 익힌 연후에 비로소 외국인과의 대화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자신이 배운 것을 응용해 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