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온통 악에 물든 도시가 있습니다. 한 가족인 부패한 정치인, 망나니 아들, 권력을 손에 쥐고 흔드는 추기경, 그리고 그들의 종노릇을 하는 경찰들. 평범한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이 악의 도시에서 살아가겠지만 3류 인생들의 삶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살해되어 박제가 되고, 망나니 아들에게 납치되어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소녀는 정체를 숨기고 스트립 댄서가 되어 밤의 거리에서 살아갑니다. 소녀를 구해준 도시의 유일한 제대로 된 형사는 누명을 쓰고 8년간이나 옥살이를 하고 나오지만 여전히 소녀가 위험에 쳐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소녀의 친구인 스트리트 파이터는 우연히 만난 여인과 꿈같은 하룻밤을 보내지만 눈을 떴을 때, 자신의 곁에서 죽어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그녀를 위해 복수를 다짐합니다. 소녀가 춤추던 바에서 술을 마시던 사진작가는 바의 웨이트리스와 하룻밤을 보내던 중 그녀에게 행패를 부리던 옛 애인을 쫒아주고 그를 따라 창녀들의 거리 올드타운으로 향합니다.

영화는 씬 시티의 둘러싸고 있는 어둠과도 같은 어두운 화면입니다. 흑백의 인물들은 끈적이는 하얀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악취를 풍기는 악당은 샛노란 몸에서 노란 피를 흘립니다. 그렇지만 주인공들은 어둠의 도시에서도 자신들의 색깔을 잃지 않습니다. 비록 스스로 3류 인생이라고 말하지만 씬 시티를 구원할 존재들은 바로 그런 3류 인생들입니다. 친구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사람들을 죽일 수도, 사람들을 많이 죽일 수도 있다고 말하며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야말로 그들이 살아있는 이유입니다.
영화는 세 남자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씬 시티의 유일한 양심적인 형사 하티건, 스트리트 파이터 마브, 그리고 사진작가 드와이트. 이 세 사람은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씬 시티의 모든 악의 근원인 하나의 표적을 향해 돌진하게 됩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 안에 불이 켜지면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평과 도무지 무슨 이야긴지 알 수도 없고 그저 잔인할 따름이라는 의견으로. 선택과 판단의 본인의 몫이지만 신선하고 독특한 화면만으로도 <씬 시티>는 매력적인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