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 모든 갈등은 치우침으로부터 시작된다. 편견, 편중, 편애는 단합을 해치고 삶을 메마르게 한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고 명시한 헌법정신은 모든 인간의 가치의 존엄성을 인정한 것이다.

짚신 장수와 나막신 장수를 둔 부모의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비가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부모는 걱정이 끊일 날이 없다. 이는 어느 아들도 잘못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부모만이 가지는 갸륵한 사랑이다.

이제 부모는 지혜로운 안목으로 문제에 대해 모두가 성공하는 대안을 모색할 때이다. 비가 오면 나막신이 잘 팔려서 좋고, 날씨가 좋으면 짚신이 잘 팔려 좋으니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모두가 승리하는 방책은 없는가?

1년여년 전 신도시 발표 때만 해도 5%의 주민의 의사만 존중하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정부의 정책대로 끌려 다니다가 기회를 놓치고 신도시 축소 방침이 터져나온 지금은 100%의 주민의 민원을 감당해야하는 실로 황당한 상황에 와 있다.

'힘을 보태어 달라' 드디어 시장은 정면돌파를 위하여 시민들에게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신도시가 됐을 때 오는 피해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고, 신도시가 되지 않음으로서 오는 피해에만 포커스를 맞춘 것은 한편만을 노골적으로 편애한 의도적인 발언이었다. 이는 공공연히 반사이익을 누리는 시민들의 힘을 이용하기 위한 선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 주민에게 왜 항의시위를 해야 하는지 물었더니, 신도시가 안되면 아파트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구든지 굴러 오는 개발 반사이익을 싫어할 사람 없다. 그러나 당신이 죽지 않으니 내 집 값이 떨어진다고 한다면 정당한 요구라고 하겠는가?

지금까지 상식과 양심에 따라 표현을 절제해오던 대다수 시민에게 '경전철'과 '고속도로'를 들고 나와 '신도시 찬성'이라는 명분을 줘 오히려 잠재되어 있던 욕망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이해집단을 더욱 첨예하게 갈라놓는 것이 이번 신도시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진정으로 김포시를 공평 평온하게 이끌겠다는 위정자의 의지는 있는지, 왜 화약고로 만들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충신열사들은 명분있는 희생이기에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았다. 매를 맞아도 왜 맞아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수용지 주민들에게 그 명분을 제시하지 못했다. 시정의 책임자는 모든 시민에게 공평하게 복지를 주고 누구도 억울한 시민이 없게해야 한다.

배가 고파도 참을 수 있는 것은 정직하게 열심히 살면 반드시 복 받으리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도시는 이 순수한 촌부들의 신념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었다.

두 번씩이나 신도시에 들어가도 이에 대한 동정이나 대안은 찾아 볼 수 없다. 힘 센 자가 제일이고 막가파 식으로 밀어 부치면 법도 국가도 당해내지 못한다는 인식이 국민의 가슴속에 자리잡으면 우리 모두의 삶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상반된 환경의 두 아들을 안고 사는 부모의 고충을 이해한다. 그래서 부모는 어느 아들도 편애하지 말아야 한다. 가난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이 사랑에서 소외되는 것이기 때문이다.